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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건 Oct 06. 2021

언더독을 위한 싸움

* 언더독: 상대적 약자를 언더독(Underdog)이라 하는데, 이는 투견장에서 위에서 내리누르는 개를 오버독(Overdog) 또는 탑독(Top dog), 아래에 깔린 개를 언더독(Underdog) 이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한 단어임.


스타트업, 특히 초기 스타트업을 대리하는 건 언더독으로 싸우는 것과 같다.


우리는 대학생 애기 창업자들부터 시리즈 B 단계의 중견 스타트업들까지 다양한 풀의 의뢰인을 대리하고 자문하지만, 어느 단계건 언더독으로 싸우는 것은 비슷하다. 상대가 어느 정도 규모의 오버독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언더독을 위한 싸움은 그들의 도전과 패기, 그들의 연약함(Vulnerability)을 대리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와 보람, 재미가 있긴 하지만, 'To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뒤편에 내재된 '나도 오버독이 되고 싶다'는 갈망과 욕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생긴다. 


사실 그 고민은 우리가 대리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스스로 품고 있는 내재된 갈망과 욕구에 대한 것이기에 고뇌가 생기는게 분명하다.  


일단 내 안의 오버독이 되고 싶다는 갈망과 욕구를 스스로 인식한다. 각자도생의 냄새가 확 풍기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도 내 회사, 내 가정, 나 자신을 위해 오버독이 되고 싶은 갈망과 욕구가 깊다. 그리고 쪼금 부끄럽지만 내 경우 그 갈망과 욕구는 '안정적인 생존이 불가능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사실 내게는 이 갈망과 욕구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착한 사람이어야 하고 착한 사람이 하는 행동을 나도 해야만 한다는 뭐 그런 어디로 부터 온지 정확히는 모르겠는 어떤 심리적 저항 때문에. 사실 그 갈망과 욕구를 정의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어쨌든 아이러니컬하게도 내 안에 있는 갈망과 욕구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 안에 '내재된' 갈망과 욕구를 인정하는 것이 그 사람을 진정으로 인정하는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갈망과 욕구를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에게도, 혹시 가능하다면 세상에도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또 다른 갈망과 욕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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