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eview I

욕망을 정의하라

김두식, '욕망해도 괜찮아'를 읽고

by 장건

1. 들어가며



20대 때 "너는 왜사니?" 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면, 30대가 된 이후로는 "너의 욕망은 뭐니?"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꾸밈 없이 적나라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글을 보면 반갑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읽는 게 아까울 정도로 흥미로운 책이었다.



2. 욕망을 들여다보기: 섬세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저자의 욕망을 통해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와 수치심



헌법의 풍경으로 유명한 김두식 교수의 이 책은 "색"(욕망)과 "계"(규범)사이에서 계를 강요하는 우리 사회와 사람들에 관하여 다룬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자신이 욕망의 덩어리임을 인정하고 나면 남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길은 한결 따뜻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모범생으로 자라서 이른 나이에 사시를 붙고 검사를 거쳐 교수를 하고 있는, 전형적인 "계"의 세계에서 살아온 저자는 자신이 "색"의 세계로 조금씩 확장해나갔던 과정을 서술하는데, 안 그런 척 하지만 자신의 행동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을 섬세하게 분석하여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 섬세함과 적나라함이 얼마나 거침 없는지, 카타르시스를 넘어서는 수치심을 내가 다 느끼게 된다. 내가 표현력과 정성이 부족해서 그렇게 표현해내지 못할 뿐, 내 안에도 너무나 똑같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나는 이 지점이 기독교의 핵심이자 출발점이라고 감히 확신한다. 즉,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들여다 보고, 자신이 얼마나 욕망의 집약체인지 깨닫는 것이 복음의 시작점이다.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죄를 짓지 말라"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너는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존재니까 예수가 필요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종교니까 말이다.



3. 규범을 의심하고 탈피해보기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태도는 너무 과도하게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은 어차피 나를 사랑하지도 않고 진심으로 걱정하지도 않으니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일일이 신경쓸 필요 없고 그런 사람들은 끊어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제시하는 규범 자체가 정당한지, 사실인지 의심해봐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당연시된다는 이유로 규범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규범은 달라지고, 규범을 만드는 사람은 자신의 욕망과 기준으로 규범을 만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4. 결론



저자는 '욕망을 발견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욕망의 세계로 자신을 확장하라고 한다. 이 말은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저자가 적어도 욕망을 전부 펼치면서 살라는 메시지를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즉, 저자나 나 같이 애초부터 부모, 친구, 사회의 눈치를 보며 "계"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야 "색"의 세계로 자신을 확장하려고 하더라도 어차피 쫄보들이라 크게 사고를 못쳐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사람들이 모두 욕망을 전부 실현하려고 할 경우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더 정확한 메시지는 "너의 욕망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세상의 규범과 타협할 수 있는 너만의 편안한 지점을 찾아라. 그렇지 않고 욕망을 억누르기만 하면 덧난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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