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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정 Oct 04. 2024

말레이시아 BPO에 취업해도 괜찮을까요?-(1)

인생에 욕심이 별로 없으신가요?

올해 초 브런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부터 말레이시아 BPO 취업에 관련해서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설명드리는데 문득 이런 걸 글로 쓰면 더 많은 분들이 편리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다.


방향성은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는 내가 관찰하고 느낀 인사이트를 (Insight) 중심으로 구성할 생각이다.



첫 번째 주제로는 '말레이시아 BPO에 취업해 봐도 괜찮을 성향'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생에 큰 욕심이 없어야 한다.


'큰 욕심'을 지금 한국사회의 관점에서 임의적으로 정의해 보자면 '평판 있는 회사 들어가서 돈 좀 벌고 적당히 떵떵거릴 수 있는 삶' 정도인 것 같다.


아쉽지만, 말레이시아 BPO에 들어온 이상 위와 같은 삶은 실현불가다.


말레이시아에 존재하는 BPO들은 기업 규모 상으로만 보면 중견 혹은 대기업에 속할지도 모르지만 내실만 놓고 보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Image from 리디


일단 산업의 네이밍(Naming)부터가 모든 걸 대변해 준다.


BPO란 Business Process Outsourcing의 약자로써 즉 아웃소싱,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하청업체'라고 보면 된다.


하청업체는 익히 알다시피 고객사가 (본인들 격에 어울리지 않아) 직접 처리하기를 기피하는 자질구레한 사안들을 위탁받아 대신 처리해 주고, 그에 대한 수고비를 받는 일종의 '용역업체'이다.


이곳의 BPO들이 딱 그렇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기업들의 Customer Service, Content Moderation, Technical Support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한다.


위와 같은 업무들은 위와 같은 급의 세계적 기업의 직속 인력들로 운영하는 것을 꺼리는, 아니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 그럴까? 쉽게 생각해 보자.


MIT 공대 나와서 구글에 입사한 천재 엔지니어가 "구글 플레이 결제하려는데 왜 이 버튼 눌러도 안 되죠?" 같은 질문에 일일이 답변이나 달아주고 있어야 할까?


그러려고 남들 놀 때 펜대 잡아서 MIT 들어간 게 아닐 것이다.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자 수업을 받고 구글에 들어온 신입사원이 헤드셋 끼고 Call Center Agent로 일하며 고객의 환불 요청이나 받고 있을 순 없지 않겠는가.


왜? 그러려고 남들 놀 때 펜대 잡아서 와튼스쿨 들어간 게 아닐 테니까.

 

즉 구글 플레이 결제 버튼에 대한 Technical Support나 환불 요청을 받을 Call Center Agent로 일해야 할 인력은 (유감스럽지만) '따로' 존재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들이 바로 BPO의 인력이고, 지금의 나에 해당된다.


Call Center Agent (from FREEPIK)


자, 이번엔 '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일단 BPO의 셀러리는 (Salary) 생각보단 괜찮은 편에 속한다 (별 볼 일 없는 일하는 것에 비해선). 


물론 봉급의 높고 낮음은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천차만별이므로 절대적인 기준이랄 건 없겠다.


통상 한국인이 말레이시아 BPO에 취직을 하게 됐을 때 제시받는 금액은 '8500-9000 링깃', 한화로는 월 이백만 원 중반 정도이므로 연 삼천만 원가량 된다.


대충 우리나라 중소기업 신입 연봉 (문과직 기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실제로 딱 저 정도 받으면서 중소기업을 다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도망쳐 온 경우를 자주 본다.


그분들은 겪은 게 있다 보니 이곳의 낮은 업무강도를 감안하여 저 금액에도 타협한다.


반면 사업이나 커리어가 꽤나 있었던 중장년층의 경우 "10년 전의 봉급으로 돌아갔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물론 저 금액은 현지 기준으로는 사실 높은 편에 속하긴 한다.


현재 말레이시아의 평균 월급은 백만 원 초반대 정도이다.


즉 한국인의 경우 그들보다 최소 2.5 ~ 3배 정도를 받기 때문에 체감 물가 및 전반적인 삶의 질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한국인인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 어디에 있든 한국의 기준 아니겠는가.


아무리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높은 액수를 받는다고 한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앞서 언급했듯 신입 초봉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인인 우리가 이곳까지 이르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를 이용해


수영장 딸린 콘도 살기, 세끼 전부 사 먹기, 택시만 타고 다니기, 골프 연습 등


한국에선 어림도 없던 중상류층의 삶에 'B급 버전'으로나마 편승해 보기 위함이다.


즉 로컬처럼 사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그들의 기준이 우리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우리가 매달 지출하게 되는 금액은 생각보다 높아진다.


이백 중반의 월급이 이곳에서는 큰 액수일지 언정 한국인인 우리의 소비 수준과 한국사회를 기준으로 비추어보면 충분한 금액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Malaysian Ringgit to Korean Won (from 네이버금융)


정리해 보면 앞서 정의했던 '평판 있는 회사 들어가서 돈 좀 벌고 적당히 떵떵거릴 수 있는 삶'은 이곳에선 불가능함을 재차 말씀드린다.


그 이유인즉슨 말레이시아 BPO 업계가 사실상 허드렛일을 하는 '하청업체'에 불과하다는 점,


이곳에서의 봉급 수준으로는 한국인의 삶에 있어 '역전'이 발생할 수 없다는 점,


이 두 가지 포인트가 되겠다.


물론 위와 같은 류의 욕심이 적으신 분이라면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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