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보다 설레는 운동 (1)
# 어쩌다 헬스장
“취미가 뭐야? 운동 특별히 하는 거 있어?”
몇 년 전 다니던 직장에서 같은 팀에 있던 H 선배가 어느 날 점심시간 갑자기 던진 질문이다. 취미, 운동... 직장 생활을 하며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 단 어였다. 더군다나 직장에서 만난 선배가 진지하게 이런 질문을 한 적도 기억에는 없다.
“요가, 필라테스, 발레핏 잠깐씩 다녀보긴 했어요. 대학교 때 헬스장은 한 달 끊어놓고 한 2주 나갔나? 그마저도 러닝머신만 죽어라 하고 다른 기구는 만져볼 생각도 안 했던 것 같은데요? 선배는요?”
H 선배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6년 여간 지속해 온 운동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꾸준히 헬스장에서 일대일 피티를 받아온 선배는 요즘엔 수영 강습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운동을 시작하라며 피티를 권유했다. 나는 당시만 해도 크게 귀 기울여 듣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선배의 운동에 대한 찬양(?)에 세뇌되어 나도 모르게 헬스장을 알아보고 있었다. 물론 그 결심에는 마흔을 향해가며 자연스럽게 찾아온 노화와 함께 급격히 바닥을 치는 체력, 여기저기 몸에서 보내오는 신호,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며 점점 변해가는 실루엣까지, 다양한 동기가 있긴 했다.
그렇게 나는 나름의 큰 결심을 하고 집 주변 헬스장을 본격적으로 알아보면서 ‘무조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것’을 첫 번째 기준으로 세웠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이번에도 헬스장에 고스란히 기부 아닌 기부를 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몇 군데를 비교해 보니 헬스장의 크기나 기구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아무리 넓고 기구가 많다 한들 내가 나가지 않고 기구를 사용할 줄 모르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리뷰도 나쁘지 않으면서 집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헬스장을 선택하여 출근 전 일찍 방문하게 되었다.
일단 거리는 조건에 부합한 상태였기에 시설과 운영 시간, 그 외에 등록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방문 목적인 피티에 대해 상담을 요청했고, 다행히 바로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미 등록하기로 어느 정도 마음을 먹고 방문했던 터라 상담 후 총 30회 수업을 등록하기로 결정했고, 그 자리에서 카드와 계좌 이체로 나누어 금액을 결제했다. (사실 이때 좀 더 신중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앞선다. 그 이야기는 뒤에 가서 다루도록 하겠다.) 이상하게 이런 큰 금액을 결제할 때면 주눅이 든다고 해야 하나. 가난한 지갑 사정이 죄도 아니거늘 무이자조차 적용되지 않는 장기 할부를 말할 땐 더더욱 쭈구리가 되곤 한다. 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10개월이요.” 하고 소심하게 말한 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백칠십만 원 정도 되는 큰 금액을 손을 바들바들 떨며 결제하고 첫 수업을 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망의 첫 수업을 앞두고, 문득 헬스장에서 다들 무슨 옷을 입나 궁금해지기 시작한 나는 SNS를 기웃거리다가 황급히 옷장을 뒤져 보았다. 몇 년 전 샀던 늘어난 레깅스, 아웃렛에서 구입한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운동복이 몇 벌 보였다. 그중 시쳇말로 쪽팔리지 않으면서 너무 과하지도 않은 정도의 레깅스와 티셔츠를 골라 미리 꺼내 두었다. 그리고 다음 날 긴장 반 설렘 반의 마음을 안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2019년 10월이 시작되고 며칠 지나지 않은 나의 휴무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렇게 어쩌다가 헬스장에 가게 되었고, 어쩌다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