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보다 설레는 운동 (2)
# 문래동 좀비 그녀
아마 운동 경험이 거의 없는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다. 처음 헬스장을 들어가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도 나에게 신경 쓰지 않는데도 그 입구를 들어서는 게 왜 그리 혼자 쑥스러운 것인지. 그날 나 역시 쭈뼛거리며 어색하게 들어가 카운터에서 담당 트레이너를 찾았다. 처음 방문한 날 상담을 진행했던 P 트레이너였고, 피하고만 싶었던 인바디 기계에 올라가 체중과 체지방, 근육량 등을 측정하게 되었다. 트레이너는 나의 식습관과 생활 습관 등을 체크했고, 어떤 부분이 고민인지, 얼마나 감량하고 싶은지 등도 물어보았다.
솔직히 나는 키에 비해 체중이 아주 많이 나가지는 않지만 체지방이 많아 체중보다 체지방을 감량해야 했고, 부족한 근육량 역시 문제였다. 어릴 땐 잘 먹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살이 찌면 48킬로그램 정도 나갔던 게 최대였다. 다이어트 관리 브랜드의 ‘지방이’라는 캐릭터를 아는가. 다이어트와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지방이 캐릭터는 많이 알 것이다. 근육 하나 없이 말랑말랑해 보이는 살덩어리 캐릭터인데, 아주 조금의 과장을 보태어 나는 살 성이나 체형이 지방이 캐릭터와 상당히 비슷했다. 그나마 지방이는 캐릭터라 귀여운 맛이라도 있지 나는 현실 세계의 인간 지방이나 다름없었다.
운동목표: 체지방 감소 및 근육량 증가, 기초 대사량 높이기, 몸의 전체적인 균형 맞추기
평균 주 2회 정도 수업 진행.
군것질을 끊지 못한다면 최대한으로 줄일 것. 웬만하면 끊을 것.
하루 세 끼를 잘 챙겨 먹되 과식이나 야식을 피하고 단백질 섭취를 늘릴 것.
물은 하루 2리터 이상 마실 것. 커피를 한 잔 마시면 물을 한 잔 보충해 줄 것.
수업 외에 개인 운동을 꼭 나오고 근력 운동을 반드시 병행할 것.
이렇게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로 목표를 설정하고 곧바로 커다란 거울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트레이너의 구호에 맞춰 스트레칭부터 시작했다. 잔뜩 긴장한 탓인지 나는 스트레칭만 하는데도 “아이고...!” “으악!” 소리가 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트레이너는 나의 외마디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작을 이어 나갔다. 중간중간 잘되지 않는 동작은 트레이너가 봐주기도 하고 마사지를 통해 뭉친 근육을 풀어 주기도 했다. 천천히 아주 조금씩 몸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즈음 트레이너가 말했다.
“몸이 꽤 유연하시네요. 금방 잘 따라 하실 것 같은데요? 너무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라면서 약간의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뒤이어 앞으로 수업 때 진행될 기본적인 동작들을 설명해 주며 여러 동작들을 테스트해 보았다. ‘그래. 내가 유연한 건 그래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편이었어. 틈만 나면 걷기도 했고. 이 정도 동작들은 일도 아니지!’ 이렇게 속으로 혼잣말을 해가며 얼마나 셀프 칭찬을 했는지 모른다. 나에게도 솜털 한 가닥 정도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생각지도 못했던 운동 신경이 잠재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나는 그렇게 김칫국을 들이마셨다.
“회원님. 스쾃은 한 번이라도 해보신 적 있으시죠? 스쾃부터 한 번 해 볼게요!” 트레이너는 내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바로 스쾃 동작을 시켰다. 스쾃. 당연히 해본 동작이었다. 다이어트할 때 스쾃이라는 동작은 기본으로 여겨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학교 다닐 때 한 번쯤 벌서느라 해 본 적 있을 법한 ‘기마자세’가 바로 스쾃 동작이니 말이다. “다리는 약간 어깨너비로 벌리고, 발바닥은 십 일자로 하고, 허리는 펴고, 양손은 가볍게 모아주고...” 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열심히 스쾃을 시작했다. 분명 처음 해보는 게 아님에도 이상하게 중심조차 잡는 게 어려웠다. 겨우 자세를 잡고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는 데 나조차도 뭔가 폼이 이상하고 잘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몸 개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 스쳤다. 아니나 다를까 “회원님. 잠시 만요!” 역시나 트레이너는 이내 동작을 중지시켰다. 그러고는 내가 한 스쾃 동작을 흉내 내며 잘못된 자세부터 바로잡아주고 정확한 동작의 시범을 보여주었다.
‘굳이 내가 한 걸 그대로 보여줄 건 또 뭐람! 사람 민망하게.’ 이렇게 생각했지만 나의 잘못된 동작과 트레이너의 시범을 이어서 보니 내가 봐도 어디가 틀렸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스쾃 동작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또 그대로 동작을 진행했지만 내가 중얼거리며 내뱉은 것과는 매우 다른 자세로 다소 우스꽝스럽게 스쾃을 한 것이었다. 트레이너는 자기가 보여준 대로 다시 한번 해보라고 말했고, 12개씩 총 3세트를 진행했다. 나는 정말 열심히 따라 했고, 2세트 만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유산소 운동만큼 무산소성 운동인 근력 운동도 제대로 하면 유산소 운동 만만치 않게 숨이 차고 힘들다.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몸은 이미 50분 수업 끝자락에 다다른 듯했다.
이대로 누워서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트레이너는 대뜸 꼬깔콘 과자같이 생긴 작은 물체를 들고 와서는 기본적인 운동 신경과 순발력을 볼 수 있는 동작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스트레칭 존 이쪽 끝과 저쪽 끝에 그 작은 고깔 물체를 두더니 “몸은 정면 거울을 본 상태에서 옆으로 최대한 빠르게 뛰어 양쪽 고깔을 손끝으로 터치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동작을 해볼 거예요. 천천히 말고 이 끝에서 저 끝을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되 정확하게 터치해야 됩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건 또 무슨 말? 스포츠 뉴스 같은 데서 봤던 국가 대표들이 훈련하던 그런 거 아닌가? 말도 안 돼.’ 속으로 울상을 짓고 있었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 가며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력으로 움직였고, 재빠르게 손으로 고깔을 터치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트레이너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멋쩍어하며 멈춰 섰다.
“최대한 빨리 뛰시라고 했잖아요. 여기서 여기 끝이 멀지도 않은데 그렇게 천천히 뛰시면 어떻게 합니까.” 억울했다. 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정말 분주하게 양쪽으로 움직였는데 말이다. 다음으로 어떤 동작들을 수업 때 진행했는지 잘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나는 내 기준에서 사력을 다해(?) 운동을 했다. 영화나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보던 좀비가 되어 집까지 기어가다 시피 했던 그날, 나는 저녁 늦게까지 꼼짝도 못 하고 운동복을 입은 채 방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나에겐 대단히 큰 체력 소모이자 노동이라고 여겨질 만큼의 강도였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정신없이 휘몰아치던 첫 수업을 겨우겨우 마치고 나는 반송장 상태가 되어 트레이너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 가망이 있을까요? 앞으로 수업 계속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