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끝났어요?

연애보다 설레는 운동 (6)

by m o o n


# 50분 수업을 5분으로 바꾸는 마법



누구나 과거에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좋아하지 않던 과목도 담당 선생님을 좋아하다 보면 수업 시간이 절로 기다려지고, 아무리 전날 밤을 새워도 수업 시간에 조는 법이 없으며, 수업 시간이 이렇게 짧았나 싶을 만큼 금방 종이 울리는 사실에 놀랐던 경험 말이다.




KakaoTalk_20211126_203155591_01.jpg 운동을 하기 전엔 뭐가 뭔지 전혀 몰랐던 것들.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이 나와 같이 몸을 쓰는데 영 소질도 취미도 없던 사람은 운동에 재미를 붙이기 쉽지 않기에 나와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 재미있게 운동을 하면 몸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때부터는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50분 수업이 5분 같이 짧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첫 피티를 등록한 헬스장에서 두 번째로 만났던 S 선생님은 처음 만난 선생님과의 그리 좋지 않은 기억을 지울 만큼 즐거운 기억을 심어주었다. 매 수업마다 나에게 맞는 강도로 부담스럽지 않게 운동을 가르쳐주었고,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성장을 한 모습이 보이면 아낌없는 칭찬으로 더 발전하고 싶게끔 만들었다. 처음보다 얼마나 좋아졌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사진을 찍어가며 비교해 주고, 혼자 운동할 때도 헷갈리지 않게 영상으로도 남겨주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힘들어할 때면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지치지 않게 도와주었다.






나는 S 선생님과의 피티가 모두 끝난 이후에도 혼자 헬스장을 나가거나 안양천 혹은 공원에 나가 운동을 하는 등 나름 운동을 습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직장 근처에 5~6명이 함께 듣는 기구 필라테스 그룹 수업, 플라잉 요가 등 운동을 지속하기 위한 시도도 계속해왔다. (플라잉 요가는 동료 직원이 부종과 다이어트에 큰 효과를 봤다며 적극 추천했지만 안타깝게도 내 몸과 심각하게 맞지 않아 나머지 수업을 모두 필라테스로 변경하였다. 언젠가는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이다!)

하지만 사람은 역시 쉽게 변하지 않는 법. 한동안은 운동에 중독된 사람처럼 헬스장에 나가고, 운동 영상을 찾아보더니 이내 운동에 취미가 없던 원래의 나로 다시 돌아가려고 꿈틀대기 시작했다.




SE-19f38aff-fc17-4849-ad70-a52754ffbeb1.jpg 필라테스 & 플라잉 요가 센터. 기구 필라테스 수업을 6~7명 정도가 함께 들었다.



그렇게 해가 바뀌어 서른아홉이 되었고, 나는 코앞으로 다가온 마흔이라는 숫자 앞에 몸이 속수무책으로 노화되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마른 수건 쥐어짜는 느낌이 이런 건가?' 할 만큼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급격히 몸이 닳고 있는 것 같았다. 단순히 노화라는 단어로만 치부하기에는 부족할 만큼 온몸이 아프고 힘들었다. 나는 다시금 운동할 곳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그러다 바로 얼마 전까지(이 글을 쓰는 현재를 기준으로 지난주까지 26회의 수업을 받았다.) 다녔던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5월에 첫 등록 이후 가을에는 재등록을 하면서 운동을 이어오게 되었다.


최근까지 나와 수업을 했던 Y 선생님도, 이 센터에 등록하고 처음 수업을 함께 했던 L 선생님도 모두 나에게는 고마운 분들이다. 두 선생님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나의 체력 향상과 더불어 몸치에서 벗어나는 데 대단히 큰 도움을 주셨다. 무엇보다 두 선생님과 운동을 하며 전에 없던 운동에 대한 열정도 생겼으며, 운동에 조금은 욕심도 내게 되었다.




KakaoTalk_20220124_181340195.jpg 늘 차분하게 나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지도해 준 선생님. 매 수업 영상을 남겨 피드백을 주셨다.




특히 지난주까지 나를 가르쳤던 Y 선생님의 티칭은 주변에 매일같이 자랑했을 정도이다. 아마 일대일 수업을 받아 본 경험이 있거나 혹은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면 알 텐데 동작 중간중간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 사담도 나누고 가끔은 농담도 주고받으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운동이 진행되는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Y 선생님과의 수업은 한 시간을 꽉 채울 정도로 타이트하게 이뤄졌던 데다 어떤 사적인 이야기나 농담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수업만 했다. 선생님은 하나라도 더 자세히 꼼꼼하게 가르쳐주느라 바쁘고, 나는 선생님이 전달해 주는 것을 몸으로 기억하고, 머릿속에 저장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무리 해도 동작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는 내가 최대한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나에게 맞게 동작을 단계별로 알려주었고, 때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기다려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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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근처에 갈 생각도 하지 않았던 기구들인데, 이제는 힘들어도 정말 재미있다!



요즘 SNS를 둘러보다 보면 필라테스 기구 위에서 근사한 동작을 선보이고 그걸 사진으로 인증하느라 바쁜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헬스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필요한 부분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운동이 SNS를 위한 보여주기 식이 되어 버린 부분도 많아졌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또한 배우는 사람들도 그런 모습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무조건 단기간 내에 몸을 만들기 원하거나 어렵고 멋진 동작을 빨리 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그러다 보니 가르치는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어려운 부분이 많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면에 있어서 나를 지도했던 선생님은 정말 소신껏 그러면서도 나의 필요와 나의 상태에 맞게 필라테스라는 운동 본질에 집중하여 지도했고, 그렇기에 더 신뢰가 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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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머리로 충분히 잘 이해하고 혼자서도 할 수 있게끔 기다려주고 방법을 제시해 주었던 선생님과의 수업.



필라테스를 제대로 배우다 보니 내 몸은 예상했던 대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도 있었고, 의외로 내가 알아채지 못했을 뿐 제대로 쓰지 못하는 관절과 근육도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그런 부분들을 선생님이 수업 때 종종 케어를 통해 몸을 잘 쓸 수 있도록 도와주었는데, 그럴 때마다 내 몸에 무슨 마법을 부린 듯 몸이 가벼워졌고, 통증도 금세 사라졌으며, 방금 전까지 삐걱대던 곳이 부드러워지는 느낌도 들었다. 이런 식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선생님과 함께 내 몸에 집중하다 보면 50분이라는 수업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그 와중에 개인 운동 때 궁금했던 점, 잘 되지 않았던 것들 등등 이것저것 질문하고 거기에 대한 피드백까지 받으면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때도 있었다. 그러니 지루하기는커녕 늘 시간이 모자라다고 느껴질 수밖에.


그렇게 나는 지난주 마지막 수업을 마칠 때까지 머릿속에 늘 ‘감탄 섞인 물음표’가 떠나지 않았다.

'벌써 끝났다고? 50분이 이렇게 짧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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