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보다 설레는 운동 (5)
# 선생님 바꿔 주세요!
매달 운동복 쇼핑을 하고, 마음에 쏙 드는 신상 운동복을 얼른 입고 싶어 더 부지런히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운동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을 때쯤 마음 한 켠에는 불편함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백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들여 호기롭게 등록한 피티인데 처음 몇 회와는 다르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나를 담당했던 트레이너 때문이었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나도 누군가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기에 가르치는 사람이 얼마만큼 수업을 준비해 왔는지, 성의껏 가르치고 있는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할수록 머릿속엔 물음표만 떠다녔다. 무엇보다 나 같은 운동 초보는 흥미도 중요하지만 자세한 설명과 피드백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수업을 열 번도 채 진행하지 않았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느 날은 인바디 측정 후 단백질이 부족하다며 닭가슴살 상품을 추천해 주는 것이었다. 물론 식단 관리를 할 때 닭가슴살과 같은 단백질 식품은 기본이라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리고 닭가슴살을 한 번 먹어 보라며 권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방법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시중에 판매 중인 닭가슴살도 많고, 심지어 닭가슴살이 아니어도 대체할 만한 단백질 식품 역시 충분히 있는데도 뜬금없이 카탈로그 같이 생긴 것을 내밀더니 이걸 먹어 보라며 특정 닭가슴살을 권하는 것이 아닌가. 닭가슴살은 커녕 닭고기는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시켜 먹을 때나 먹어 본 게 거의 전부인 나에게 앞 뒤 없이 그런 식의 권유를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트레이너 본인과 관련이 되어 있어서인지 평소와 다르게 적극적인 모습이었고, 갑작스러운 영업에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또 어느 날인가는 이상하리만큼 수업을 당겨서 하려고 하길래 회원의 스케줄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던 날도 있었다.
말하기 조금 어렵더라도 할 말은 하고 선생님을 바꿔 달라고 요청하여 돈 아깝지 않게 배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몹시 소심한 성격 탓에 어떻게 해야 하나 혼자 끙끙대던 찰나, 다행히(?)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선생님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는 데 처음엔 ‘그래서 그렇게 스케줄을 무리하게 바꾸려고 했나?’ 하면서 화가 좀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잘 된 일이다 싶었다. 이후 나는 S 트레이너에게 배정되어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다시 새로운 선생님과 첫 수업을 잡았다.
운동을 가르쳐주는 선생님과의 케미는 단순히 선생님과 내가 코드가 잘 맞고 맞지 않고의 문제나 수업의 질이 좋고 재미있다 정도로만 결론지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조건이다.
내가 말하는 선생님과의 케미라는 건 구체적으로 이런 것이다.
우선 첫 번째로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으로 매 수업을 잘 준비해 오는 가.
둘째, 수업을 포함하여 나의 개인 운동, 식단, 평소 생활 습관 등에 대한 피드백을 제대로 주는 가.
셋째, 수업 시간을 잘 지키는 가(누구나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변수라는 것이 생긴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는 흔하지 않기에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잘 지키지 못하는 선생님이 간혹 있다. 그리고는 50분 수업 시간만 칼 같이 채우는 선생님도 있다. 물론 회원 역시 시간 약속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은 기본이자 필수적인 전제 조건).
넷째, 동작의 목적, 효과, 관절과 근육의 쓰임, 동작 전과 후의 피드백을 정확하게 주는 가.
다섯째, 회원 혼자서도 충분히 운동을 할 수 있게 방법을 효율적으로 제시하고 동기 부여를 잘해주는 가.
이 외에도 고려할 사항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나보다 훨씬 오래 운동을 해오고 있는 운동 선배님들이나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보다 더 전문적으로 접근하시겠지만 어디까지나 운동 초보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정도 사항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잘 알 것이다. 내가 100을 알아도, 아무리 열심히 가르친다 해도 100을 다 전달하는 것이 아주 힘들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만큼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얼마나 수업을 성실하게 준비하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배우는 사람은 느낄 수밖에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크게 나쁘지 않다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기는 이들도 물론 있다. 그것 역시 그 사람들 나름의 운동 방식이니 내가 일방적으로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운동을 통해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이를 위해 고민한 후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면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사항들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상담만 받아서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 처음 피티를 등록하는 이들에겐 기준점이나 비교 대상이 없어 더더욱 가늠하기 힘들다. 그래서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등록 전 최대한 많이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센터를 정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나만의 조건과(이를테면 집이나 직장과의 거리, 헬스장이라면 기구가 얼마나 있는지, 전체적으로 시설은 어떤지,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피티 무료 체험이 가능한 지, 비용은 합리적인 지 등) 운동을 지도할 선생님을 선택하는 기준(나의 운동 목적과 성향 등을 고려)을 분명하게 세운 뒤 충분히 알아보고, 주변에 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이들의 조언을 새겨듣는 것도 시행착오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헬스장이나 센터가 건물마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넘쳐나는 시대이다 보니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소비자에게 이 부분은 이점으로 작용하는데, 그중 하나가 무료 체험 수업이다. 부끄러워 말고, 나의 권리라는 생각으로 이런 것을 알차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진상 고객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말은 절대! 결코! 아니다.)
나는 현재 헬스장에서 개인 운동을 하고, 개인 레슨 전용으로만 운영되는 센터에서 필라테스와 웨이트 수업(상담 시 필라테스를 중점적으로 하고 싶다고 요청하여 필라테스 수업이 좀 더 많은 편이다)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센터는 2020년 5월부터 다니기 시작했고, 9월 말 경 32회 수업이 끝난 이후 11월에 재등록을 하게 되었는데, 재등록을 하기까지 과정에서 동네에 수많은 센터를 둘러보고, 홈페이지와 후기들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하나하나 살펴봤다. 요즘은 워낙 블로거를 통해 홍보와 마케팅을 하는 곳들이 많다 보니 블로그 리뷰는 어느 정도 걸러 가며 보는 편인데, 그 와중에 잘 읽다 보면 체험 수업을 제공받아 쓴 글이라고 해도 진심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있다. 실제로 나는 운 좋게도 그런 블로거의 글을 찾았고, 그 블로거의 다른 글들을 보며 얼마만큼 운동에 대한 리뷰를 신뢰해도 되는지 까지 생각했다. 그런 다음 개인적으로 쪽지를 보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솔직한 리뷰를 부탁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나는 지금 다니는 센터에 재등록을 하면서 내가 수업을 받고자 했던 선생님에게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거의 한 달을 비교하고 고민해가며 내린 결정이었다.
그 정도로 공을 들여 선택한 센터에서 선생님과의 케미에 얼마만큼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더 말해 뭐 하나. 내 글의 소재 중 가장 처음으로 운동을 꼽을 만큼 영향을 미쳤고, 그것도 모자라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너무나 좋아하게 되었으니. 선생님과의 케미는? 그야말로 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