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보다 설레는 운동 (4)
# 운동의 시작과 끝은 운동복
SNS를 보다 보면 내가 팔로우 하는 지인이든 그렇지 않든 수없이 많이 노출되는 사진 중 하나가 운동복 인증샷이다. 운동에 돈과 시간을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전까지의 나는 그런 사진들을 볼 때마다 다소 과하다는 생각을 했고, 누군가에게 그저 보여주기 위함이 굉장히 커 보여 약간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동기 부여가 적절히 되는 선에서는 그렇다 치겠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운동 외의 것들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 같아 보여 조금의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사치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내가 경험해 보지 않고 함부로 거론하면 안 되는 것. 거기엔 다 이유가 있었다. 흔히 하는 말로 장비 발이라고 하는 것이 진짜 존재했던 것이다. 심지어 그런 곳에 돈 쓰는 걸 상당히 아까워하던 내가 매달 운동복 쇼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운동복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기능성과 더불어 여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멋진 실루엣을 완성시켜 준다면 카드 할부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게다가 요즘은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도 모자랄 만큼 예쁜 운동복이 넘쳐난다. 홈페이지를 가득 메운 인형같은 모델들의 운동복 핏을 보거나 SNS에 수없이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몸매의 인플루언서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와 그들은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살고 있는 아예 다른 종족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이 운동복을 입고 열심히 운동 하면 이런 실루엣 언저리에는 어쩌면 갈 수도 있지 않을
까?’라는 몹시 귀여운 희망을 품고 결제창을 클릭하게 된다.
이런 귀여운 희망을 품게 해주는 운동복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일단 치명적인 나의 단점은 완벽하게 커버해주되 그것이 결코 티가 나지 않아야 하고, 성형으로도 얻을 수 없는 타고난 피지컬을 매우 손쉽게 내가 원하는 수준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주며, 어느 정도 타당하다 여겨지는 선에서 이른바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는 나온 근사한 몸으로 다듬어 주어 갑자기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차오르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탈의실에서 흔히들 찍는 거울 셀카 라는 것을 건지기 위해 거울 앞에서 있는 대로 몸에 힘을 주고 꺾어 가며 다양한 각도로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에 이르게 된다. 처음 몇 번은 누가 볼 까봐 연신 주위를 살피고, 인기척이라도 들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리 묶는 척을 한다든지, 갑자기 물을 마신다든지 그렇게 애써 딴 척을 하며 민망한 상황을 감추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뻔뻔하다.
아직 나도 다른 사람이 들어올라 치면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기 바쁘지만 처음보다 확실히 뻔뻔해졌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장비 발이라는 것은 이런 이유 외에도 운동 자체를 위해 상당히 중요하고 바람직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어느 것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시오, 코카콜라 맛있어와 같은 어릴 때나 하던 놀이까지 동원해가며 고심 끝에 고른 운동복을 입기 위해서라도 운동하는 곳에 가기 때문이다. 나도 말만 들었지 내가 정말 그럴 줄은 몰랐다. 선물 받은 운동복이나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마음에 드는 운동복을 입고 빨리 운동을 하고 싶어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나 헬스장에 가기도 했다. 아마 운동에 중독되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쯤 되면 운동이 하고 싶어 센터에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운동복을 입기 위해 센터에 가는 게 더 맞을지도. 하지만 이 과정은 나와 같은 운동 초보자들이 운동에 비교적 빠르게 재미를 붙여 습관화 시키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
실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운동을 전에 없이 좋아하게 되었고 또 지금까지 나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사실 운동을 지속한다는 건 몹시 어렵고 지루한 일이다. 잘 되는 날엔 다음날 컨디션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신나서 운동을 하게 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게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예쁜 운동복이라는 건 운동을 실천으로 옮기게 해줄뿐만 아니라 운동에 대한 흥미를 지속시켜 주는 매우 훌륭한 동기부여 수단일 수밖에 없다.
(아직 나도 운동복이 그리 많지 않고, 최근에는 운동복 쇼핑을 하지 못해 몸이 아니, 손이 근질근질한 상태이다. 운동을 갈 때면 오늘은 뭘 입고 운동을 갈까 하고 몇 벌 안되는 운동복을 신중히 고르게 되는데, 아무래도 조만간 운동복 지름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새해가 되면 잠시 잠깐 호황을 띄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운동과 관련된 사업 이라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한계가 있지만 언제나 연초에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가 헬스장이고, 새해 결심에 꼭 들어가는 것이 운동과 다이어트이다.
이번에도 해가 바뀌고 나서 ‘올해는 기필코 운동을 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말리라!’ ‘내가 이번만큼은 꼭 헬스장 가고 만다!’ 하고 다짐했지만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면, 쿨하게 카드를 긁었지만 또 작심삼일이라면,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을 위한 장비에 한 번쯤 아낌 없이 투자해 보자! SNS의 그런 모습에 나는 속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는 이들조차 돈이 아까워서 라도 헬스장을 가기위해 집을 나서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