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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기자 Feb 19. 2017

오바마에서 영어를 읽다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연설문

며칠 전 "영자신문기자로 일하며 깨달은 영어에 대한 진리 하나" (https://brunch.co.kr/@kangjinkyu1986/8)에서 영어를 "공부의 대상", 혹은 "시험 점수를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평생을 같이 할 놀이로써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모국어인 한국어도 마찬가지겠지만, 언어 공부에는 수학공식 같은 명확한 답이나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제일 맞고, 가장 흥미로운 영어공부, 혹은 영어놀이의 방법을 찾는 것이 이 무시무시한 언어에 친숙해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 않을까?


나는 영어가 가지는 매력을 신문기사나 정치인의 연설에서 찾는다. 위에서 말한 대로 자신의 "흥미를 가장 이끌어낼 수 있는 영어학습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나의 경우엔 신문기사, 연설에서 그 방법을 찾은 것이다.


연설로 유명했던 정치인으로는 여럿이 있는데,  노예해방 선언과 게츠버그 연설을 한 애브라함 링컨 대통령, 2차 세계대전을 치른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 46세의 나이에 총탄에 요절한 존 케네디 대통령, 그리고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대표적으로 뽑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 44대 대통령으로  2008년 대선에서 승리했는데, 그가 전국적 정치인으로 거듭난 것은 불과 4년 전의 일이었다. 2004년 존 케리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추대했던 보스턴 전당대회에서 했던 그의 연설은 강력했고, 강력했고, 그리고 강력했다. (이 단어 외에 어떤 단어로 그 연설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흑인 최초 하버드 로스쿨에서 발행하는 Harvard Law Review의 편집장을 역임했던 오바마의 작문실력은 유명하다. 백악관 연설 보좌관 그 누구보다 글을 잘 썼던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글을 잘 쓰는 대통령 중이던 한 명이었던 그의 자리를 평생 제대로 된 글 한번 써본적이 있을지 의심되는 트럼프가 이어받은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로 남지 않을까?)


오바마의 정치인생은 13년 전 7월에 했던 연설 전 후로 나뉠 만큼 그 연설은 오바마의 큰 정치적 유산으로 이어졌고 그 유산을 발판 삼아 그는 초선 상원의원임에도 볼구하고, "후세인"이라는, 사담 후세인을 연상시키는 희한한 middle name을 지녔음에도 볼구하고, 3년 후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불과 4년 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날 연설에서도 나타났고 그 후의 연설에서도 꾸준히 나오는 특징인데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경험담이나 자신이 만났던 미 유권자 개개인의 삶의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연설의 내용과 맥락에 맞게 활용했다.


오바마의 이러한 연설 작성법은 13년 전 연단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2004년 7월

27일 보스턴으로 돌아가 보자.



Obama:  Tonight is a particular honor for me because, let's face it, my presence on this stage is pretty unlikely. My father was a foreign student, born and raised in a small village in Kenya. He grew up herding goats, went to school in a tin- roof shack. His father, my grandfather, was a cook, a domestic servant to the British. But my grandfather had larger dreams for his son.

 Through hard work and perseverance my father got a scholarship to study in a magical place, America, that's shown as a beacon of freedom and opportunity to so many who had come before him. While studying here my father met my mother. She was born in a town on the other side of the world, in Kansas.

- 오늘 밤은 저에게 큰 영광의 밤입니다. 왜냐하면 솔직히 말해서 (let's face it)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있음직 하지 않은 일 (pretty unlikely) 이기 때문입니다. 제 아버지는 케냐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환학생이었습니다.  그는 염소르 기르며 자랐고 지붕 판잣집 학교에 다녔습니다. 그의 아버지, 제 할아버지는 영국인 가정의 요리사였습니다. 하지만 제 할아버지는 그의 아들을 위한 큰 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노력과 인내를 통해 아버지는 마술적인 장소인 미국으로부터 유학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미국은 그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와 기회의 등대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공부하면서 아버지는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케냐에서부터) 지구 반대편인 캔자스의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연설 초반부의 내용인데-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은 자신이 전당대회 기조연설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한마디로 미국이 아니었다면 자신과 같은 혼혈인이 대중 정치인으로서 이런 연단에 서서 연설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를 내포한 말이다.


자신의 존재로 대표되는 미국의 특별함을 증명하기 위해 본인의 스토리를 연설에 집어넣은 것이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만약 우리나라의 경우였다면 어땠을까? 오바마의 인생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었을까?)


"My presence on this stage is pretty unlikely" 이 문장을 번역하려 하지 말고 문장 자체를 이해해야한다.  on this stage에서의 my presence는 pretty unlikely한 것이라고 말이다.


Presence는 현재의 뜻을 지닌 형용사 present의 명사형인데- 이 단어의 어감을 이해하기 위해서 단어가 지닌 본래의 의미를 확장 (extend)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present는 "현재의"라는 형용사이니 이것을 확장해서 이해하면 내가 현재 이곳에 있다/있는 란 뜻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해당 단어의 딱 떨어지는 직역의미를 알지 못하더라도- present 단어의 뜻으로부터 presence의 뜻 또한 유추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America, that's shown as a beacon of freedom and opportunity to so many who had come before him," 이 문장도 재밌게 읽히는데- 오바마는 미국이란 나라가 이미 본인의 아버지가 오기 전에서부터 많은 이들에게 - to so many who had come before him-  "a beacon of freedom and opportunity"로써 shown했다고 말한다. 직역하려 하지 말고 이해하자.


Beacon의 뜻을 모르겠다면 영영사전을 켜보자.  Beacon: a light or fire on the top of a hill that acts as a warning or signal. (http://dictionary.cambridge.org) 라고 나와있다. 봉화라는 뜻이다. Obama is seeing the U.S. as a beacon of freedom and opportunity  that had provided hope to countless people who had come before his father.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 다음 오바마는 흑인 차별정책이 남아있던 60년대 사랑에 빠진 캔자스 대학생과 케냐 교환학생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간다.


시대를 앞서 나간 부모님의 러브스토리를 연설에 집어넣었으니 전당대회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My parents shared not only an improbable love; they shared an abiding faith in the possibilities of this nation. They would give me an African name, Barack, or "blessed," believing that in a tolerant America, your name is no barrier to success.They imagined me going to the best schools in the land, even though they weren't rich, because in a generous America you don't have to be rich to achieve your potential. They're both passed away now. And yet I know that, on this night, they look down on me with great pride.

이 부분에서 오바마는 자신의 부모님이 "improbable한, probable하지 않은 사랑을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의 possibilities에대해 abiding한 faith을 shared 했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blessed'란 뜻인 버락이란 이름을 지어주었고, 자신이 이런 이국적 이름이 no barrier to success라고 믿으셨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의 부모님은 a tolerant America를 believing 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다는 말을 하며- on this night- they look down on me with great pride라고 말한다. 단 몇 분만에 드라마 같은, improbable한  story 를 풀어내며 청중을 휘어잡는다.


토익 지문보다 훨씬 재밌지 않은가? 연설을 들으며 대학 캠퍼스에서 처음 만난 그의 부모님이 상상되지 않는가? 나머지 연설을 더 보고 싶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에게 맞는 효과적인 영어학습방법을 찾은 것이다.


연설 전문은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articles/A19751-2004Jul27.html에서 에서 읽을 수 있다.



동영상은 이곳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eWynt87PaJ0&t=11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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