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첫 상하원 합동 연설, 그의 한마디가 한 여성을 펑펑 울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미 연방 상하원 합동 연설이 오전 11시에 (현지시각 2월 28일 오후 9시)에 있었다. 우리 대통령 국정연설과 비교될 수 있는데 우리의 경우 대게 오전 11시 국정연설이 시작되지만 미국의 경우 동부시간 기준 밤 9시에 대통령 입장이 시작된다.
오후 9시에 하는 이유는 사실 찾기 어렵지 않다. 우리처럼 오전 11시에 하면 대부분의 직장인과 학생들은 시청이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밤 9시에 하면 동부-중부-서부 어느 시간대에도 퇴근 후나 퇴근 시간대 (LA의 경우 오후 6시) 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국민들이 생중계 연설을 볼 수 있다.
시작하는 시간외에도 우리와 비교했을 때 많은 차이점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매 연설 때마다 각 행정부가 부각하고 싶은 인물이나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대변할 수 있는 일반 시민들을 연설 장소인 미 의사당에 초대하는 것이다.
미 대통령들은 그들을 초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설 중간 초대한 이들을 상하원의원, 각료, 대법원 판사들 앞에 소개한다. 대게 극적인 스토리를 지닌 이들이 자리에 초대 받기 때문에 그들이 소개받을 때 여야를 뛰어넘어 민주당 공화당 의원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이 관례다.
오늘 트럼프 대통령도 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시민을 초대했고 연설 도중 그녀를 소개해주었다. 그녀는 감동에 벅차 눈물을 흘렸고 그녀 옆에 서있던 트럼프의 딸 이방카 트럼프가 그녀의 손을 잡아주는 장면이 방송됐다.
오늘 있었던 한 시간여의 트럼프 연설 동안 유일하게 여야를 뛰어넘어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 모두 기립박수를 보내던 장면으로 남았다.
소개된 여성의 이름은 캐린 오웬스 (Carryn Owens). 지난 2월 28일 있었던 예멘에서의 비밀 공습에서 목숨을 잃은 네이비씰 윌리엄 오웬스 (Willian Owens) 의 미망인이다. 그녀를 소개하며 트럼프가 한 말을 보자.
Trump:
We are blessed to be joined tonight by Carryn Owens, the widow of U.S. Navy special operator, Senior Chief William “Ryan” Owens. Ryan died as he lived, a warrior and a hero, battling against terrorism and securing our nation. ....
For as the Bible teaches us, there is no greater act of love than to lay down one’s life for one’s friends. Ryan laid down his life for his friends, for his country and for our freedom. And we will never forget Ryan.
해군 특수부대 요원 윌리엄 라이언 오웬스 (William Ryan Owens)의 미망인 인 캐린 오웬 (Carryn Owens)이 오늘 밤 우리와 이 자리를 함께 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라이언은 테러와의 전쟁과 우리 미국의 안보를 위해 싸우다 영웅으로서 삶을 다했습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듯이, 전우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의 행위는 없습니다.
라이언은 친구들을 위해, 조국을 위해, 그리고 자유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라이언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계속되는 막말과 대통령스럽지 않은 언행으로 매일같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트럼프지만 오늘 저 순간만큼은 그의 비판자들도 그가 "미국의 대통령스러웠다"라고 인정했다.
미 대통령 연설에서 빠지지 않는 '초대손님 소개'는 결국 정치란 것은 시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명제에서 시작된 문화일 것이다.
대통령이건, 상원 혹은 하원의원이건, 그 권력의 크기에 상관없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은 반드시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라는 대의민주주의에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원칙을 잊지 않기 위해 말이다.
만약 우리 정치권도 일반 시민을 초대하고 국민에게 소개해주는 연설 문화를 도입한다면, 어떤 스토리를 가진 이들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볼 수 있을까?
사진: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