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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기자 Feb 15. 2017

탄핵이라는 망령이 워싱턴 정가를 배회하고 있다

스믈스믈 올라오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논의


"탄핵이라는 망령이 워싱턴 정가를 배회하고 있다".  지난 1 주간 트럼프 행정부를 중심으로 일어난 일들을 살펴보면- 이 말이 꼭 들어맞지 않을까 싶다. 취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정부인데 말이다.


미국은 정보보안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카투사로 복무한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 거다. 정부유출이 고의적 이건 비고의적 이건, 기밀내용을 타국에게 몰래 전달했다면, 그 타국이 우방국이건 적국이건 미국은 한치의 자비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월요일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전격 사퇴했다. 플린을 사퇴하게 한 것은 그가 트럼프 출범 전 주미 러시아 대사에게 "오바마 정부의 대 러시아 제재는 트럼프 정부에 의해 곧 해제 될 테니 걱정 말아라"라고 한 전화통화였다. 플린 전 보좌관은 사퇴 직전까지  러시아 대사와 통화를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기밀사항인 제재 해제에 대해선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믿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티비에 나와 그를 적극적으로 변호한다.


플린의 주장이 깨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정보기관 요원들의 증언으로 플린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에 의해 시작됐다. 그 후 다른 메이저 언론들 또한 미 정보기관 요원들을 가명으로 인용하며 플린이 대사와의 통화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내린 대 러시아 제재는 트럼프에 의해 해지 될 것"이란 메세지를 직간접적으로 암시했다고 보도했다.


홍수처럼 늘어난 보도에 플린은 직을 맡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사퇴하게 된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 12월 인수위 시절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져 자신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며 궁색하고도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 인사들의 국가기밀 유출 의혹이 계속 되고 있다. 오늘 뉴욕타임즈는 미 정보기관 요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경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관계자 3-4명이 러시아 정보요원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보도했다.


만약 이 기사내용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캠프는 애초부터 러시아 정부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이야기다. 그 과정 속에서 국익에는 반하는 내용이지만 힐러리를 이기기 위해 러시아가 해킹한 내용을 트럼프 캠프가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면 이것은 반국가행위에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범죄 사실이 된다.


만약 그 정도로까지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해도 지금까지 캠프 인원 그 누구도 인수위 시절 러시아 정부 관리와 연락하지 않았다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은 거짓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8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월요일 사퇴한 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 (로이터)


 트럼프 백악관은 연일 이어지는 폭로기사에 대해 플린이 러시아 대사와 제재와 관련된 대화를 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 대화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도 또한 중대한 위법행위라며 전형적인 물타기 시도를 하고있다. 기밀사항인 정보기관의 수사내용이 어떻게 언론에게 유출 되었냐고 묻고 있는 것인데- 이런 백악관의 모습은 2년 전 십상시 문건이 세계일보에 의해 처음 보도 되었을 때 청와대가 반응한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을 조종하는 문고리 세력보다 그 세력에 대한 조사를 한 보고내용이 어떻게 세계일보 손에 들어갔는지를 문제삼았다. 이 사안은 보안유출이 중심이라고  물타기를 했고 결국 그 물타기는 성공했다. 그리고 우린 2년 후 최순실 사태를 맞는다.


반국가행위 혐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런 폭로 기사들의 중심엔 미 정보기관 전현직 요원들이 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메이저 언론사에 증언을 해주고 (언론계용어로 이런 이들을 일명'빨대'라고 한다.)  있는 것인데 일련의 일들은 미 국무부, CIA, FBI 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일종의 경고 메세지를 주고 있는 게 아닌가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선 시절부터 미 정보기관에 대해 깊은 반감과 불신임을 나타냈는데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정보기관들이 감시프로그램 하에서 합법적 도청으로 입수한 트럼프 캠프 인사들과 러시아 기관과의 통화내용을 하나 둘씩 언론에 흘리며 슬슬 트럼프를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터져나오는 의혹에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야기가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즈 컬럼니스트 데이빗 브룩스가 14일 칼럼에서 한 말을 보자.


If the first three weeks are any guide, this administration will not sustain itself for a full term.

(지난 3 주간 벌어진 일들을 바라볼 때, 이번 정부는 4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이다.)


만약 트럼프 캠프 내 인사 한 명이라도 러시아 정보 요원과 내통 했고 그 과정에서 국가 이익에 어긋나는 정보가 건네졌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당시 트럼프가 인지하고 있었지만 묵인했고 지금까지 그 사실을 거짓으로 부인했다면, 그 때는 탄핵에 대한 논의가 언론에서 미 의회로 옮겨갈 것이다. 플린 외에도 다른 트럼프 정부 보좌관들의 통화녹음 테이프를 지니고 있을 미 정보기관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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