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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기자 Feb 09. 2017

미 법원과 언론이 트럼프 행정명령을 대하는 자세  

생방송으로 생생하게 전달된 치열한 법적 공방: 모든 것은 투명해야 한다

1. 어제 아침 티비를 켜니 CNN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7개 이슬람국가국민 입국금지 명령에 효력중지를 내린 워싱턴 주 연방법원의 결정에 대한 항소심 진행 과정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워싱턴주 (시애틀이 있는 워싱턴 주: State of Washington) 연방법원 차관과 수도 워싱턴에 (District of Columbia) 위치한 법무부에서 이번 트럼프 정부를 대변하는 특별법무관을 전화연결(!)하여 3명의 항소심 판사들이 심리를 진행한 것이다. 전화연결로 심리를 진행한 이유는 미국 땅덩어리가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에 각 입장을 대변하는 이 두 명을 물리적으로 부르는 데만 해도 이틀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항소심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됐다.


2. 흥미로운점은 항소심 법원 내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들이 각 판사의 프로필 사진만 화면에 올려놓고 실시간 전화연결 음성을 한 시간이 넘게 방송한 것에있다. 뉴욕타임스도 사이트를 통해 생방으로 항소심 심리 과정을 중계했는데 이번에도 지난 대선처럼 백악관 출입기자, 법조출입 기자들이 채팅으로 법무부와 워싱턴 주 연방법원 간의 법률적 논쟁, 논거 등에 대해 독자들에게 대화하듯 의견을 나누는 플랫폼을 선보였다.  


3. 우리나라로 치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심사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디오 생방 하면서 판사의 질문, 변호인의 변론, 특검의 반론, 그 반론에 대한 변호인 측의 재반론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는 광경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영장실질심사 판사의 질문에 유추해서 판사가 과연 기각을 때릴지 말지 예측/분석하는 내용을 동료 기자들과 채팅으로 의견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4. 기억에 남는 판사의 질문으로는 "북한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는 사람과 프랑스에서 입국하는 사람에 대해 차별적 입국 기준을 두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이번 트럼프 정부의 7개 국가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도 같은 맥락 아닌가? 가 있었다. 이 질문에 대한 워싱턴주 연방법원 차관의 대답은(스피커폰을 통한 대답), "물론 국가안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개인이 입국하면 정부는 그에 요구하는 철저한 입국심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나이, 직업의 차이를 무시하고 갓난아기부터 노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제한이다. 단지 그 7개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라고 반론한다. 항소인 측은 또한 이번 조치가 명백히 종교를 기반으로 한 정책이기 때문에 종교를 근거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미 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것도 스피커폰을 통해,,,,ㅎㅎ) 헌법정신 자체를 위반했기 때문에 이번 입국 일시중지로 인해 피해받는 사람들의 수는 이번 사안에 있어 필수적인 법적 논쟁 요소는 아니라는 주장도 함께 하며.


5. 항소를 맡은 워싱턴 주 지방법원과 (사법부 소속) 트럼프 행정부를 대변하는 워싱턴 수도에 위치한 법무부의 (행정부 소속) 법률논쟁을 보며 이번 행정명령처럼 사안에 따라 각자 다르게 해석하는 법률을 기반으로 공개적으로 입장 차이를 보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내가 믿고 있는 법적 신념과 가치에 기반하여  정부를 상대로 화끈한 법적 논쟁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 상대가 '살아있는 권력'일지라도 법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고 공정한 절차를 얻을  수 있다는 사회적 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않을까? ("내가 공개적으로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면 인사적 불이익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란 생각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6.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항소법원은 곧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결정의 결과에 상관없이 이 케이스는 무조건 대법원으로 가게 돼있다.


7. 영어 공부하시는 분들은 링크한 뉴욕타임스 사이트에 가서 3자 법률논쟁 오디오 파일을 들어보시길. 주옥같은 법률적 표현, 상대의 주장을 법적 논리를 기반으로 반박하기 위해 동원되는 영어 표현들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치열한 법적 공방의 모습을 음성으로나마 들을 수 있다.

https://nyti.ms/2jZOPpd

사진출처: 뉴욕타임스

#트럼프 #행정명령 #미국정부 #정치 #입국금지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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