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 이유
(사진: The New York Times)
1. 워싱턴 현지시각 수요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하나의 트위터를 날렸다.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노드스트롬은 내 딸 이방카를 제대로 대해주지 않았다. 이방카는 항상 내가 옳은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훌륭한 여자인데! 이런 개탄스러운 일이!" )
2. 바로 며칠 전 대형 백화점 체인인 노드스트롬 (Nordstrom)이 판매실적 부진을 이유로 그의 장녀 이반카 트럼프가 경영하는 옷 브랜드 매장 철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폭풍 본노를 트위터에 쏟아낸 것.
3. 대통령이 아니라면- 그가 단순한 호텔 체인을 거느리는 사업가로 남았더라면- 그의 트윗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트윗 내용을 보았을 때 취임한 지 이제 3주가 되어가는 그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과 도덕성을 요구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4.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이 자질 중 하나가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직위에 따르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사익을 위해 쓰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란 권력을 가지고도 공익과 사익을 철저하게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인가? 에 대한 대답이 확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박 대통령이여....... )
5. 본인이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리고 그 직책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알고 있으면서- 경영적 판단으로 매장 철수를 결정한 백화점 체인에 대놓고 트위터 발 경고를 날리는 트럼프.
6. 트윗에 대한 논란이 일자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서 (Sean Spicer)는 이방카에 대한 노드스트롬의 결정은 사업적 결정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트럼프 대신 그의 딸 이반카를 목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아버지로서 딸에게 행해지는 이런 부당한 공격에 맞설 모든 권리가 있다며. 백악관의 항변이 미 국민들에게 얼마나 먹힐지는 두고 봐야겠다.
출처: The New York Times
7. 이반카에 대한 트윗 외에 최근 트럼프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MB가 떠오른다. 둘 다 비즈니스맨 출신이라 그런 것일까. 트럼프를 국가를 굴리는 모습을 보면 MB의 국정철학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MB가 국가를 자신이 현대건설 사장일 때 회사를 굴렸던 방식으로 불도저식 일방주행을 했듯- 트럼프도 Trump Hotel chain를 굴렸던 사업적 경험을 국정철학에 그대로 적용한 느낌이다.
8. 대표적인 예가 지금은 효력 중지된 7개 이슬람국가국민 90일 입국금지인데- 이번 조치를 보면 트럼프가 7개 국가에서 오는 사람들을 사람으로 (human beings)이 아니라- 마치 자신이 짓는 호텔에 짓는데 쓰이는 철강 중 불량 가능성이 있다란 이유로 특정 국가가 수출하는 철강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번 사태를 보는 게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비지니스 세계에선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고민, 사유, 세계관이 없이도 천부적인 비즈니스맨의 감각으로 상대방에게 거짓말과 과장 (hyperbole), 협박도 하면서 브랜드를 키울 수 있었는데- 대통령이 된 지금도 비즈니스맨 시절의 세계관으로 자칭 자유세계의 리더국가(leader of the free world)를 굴리려고 하니 비즈니스맨일 땐 경험하지 못한 반발/비판을 얻고 있는 거다.
9. 비즈니스맨일 땐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보유재산 뒷자리에 슬쩍 '0'도 몇 개 추가해도- 그것에 대해 죽자고 달려드는 언론사가 없었지만- 대통령이 된 지금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언론의 초정밀 레이더에 걸리니 트럼프 대통령은 짜증이 날 수밖에. 그 짜증은 그의 핵심 참모 스티브 배넌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대놓고 "니들은 야당이랑 다를 게 없어"라고 하고 "창피한 줄 알아라"라고 비판한 것에 드러난다. 하지만 높아지는 짜증에도 불구하고 미국 언론은 그의 발언들을 초정밀 검증할 태세. 'PolitiFact' 라는 검증전문 언론사는 트럼프가 말한 356개의 주장에 대핸 팩트체킹을 해 본 결과 2/3이 넘는 숫자가 허구(mostly false/fase)라고 밝혔고 62개는 명명백백한 뻥이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10. 여기서 한번 상기해야 할 점은-트럼프 정부와 미 언론 간의 점차 악화되는 적대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낙하산을 CNN이나 메이저 방송국에 꽂을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것.
11. 언론에 대해 비슷한 결의 적대감을 가졌던 MB (아 소고기 촛불집회여...)는 촛불집회를 겪고 언론 정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바로 언론사 길들이기에 들어갔다.
12. 결국 이 지점에서 생각해볼 점은- 언론이라는, 민주주의에서 행정부/사법부/입법부에 이은 4번째 기관이라는 언론사가 정부의 권력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 기관으로서 기관화 (Institutionalize)되어 있느냐는 부분일 거다. 이 지점에서의 간극이 MB시절 때의 우리 언론이 들어섰던 길과 앞으로 4년간 트럼프 정부 아래서 미국 언론이 우리의 사례와 비교 어떻게 다른 길을 걷는지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