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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기자 Feb 16. 2017

영자신문기자로 일하며 깨달은 영어에 대한 진리 하나

외우려 하지 마세요. 이해하세요.


 "어떻게 하면 영어로 기사를 써요? 영어 정말 잘 하시겠어요." 영자신문기자로  일한다고 하면 10번에 8번은 이런 말을 듣는다. 사실 굉장히 쑥스러운 말이다. 어떻게 영어를 쓰냐는 질문은 일반인뿐 아니라 동료 국문 기자 선후배로부터도 가끔 듣는 말이다. 예전에 '층간소음'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담당 출입처 내 옆 자리에 앉아 있던 타사 국문지 선배가 도대체 층간소음이 영어로 뭐냐고 물으셔서 껄껄 수줍게 웃었던 기억도 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농담 반 진담 반 식으로 "기사 쓰기 전에 다음 달에 내야 할 카드 값을 생각해요 ^^"라고 대답한다. 전혀 거짓말은 아니다. 정말 그렇다.  내 월급을 순식간에 앗아갈 카드 값을 생각하면- 기사의 리드가 써지고 기사의 맥락이 잡힌다. "영어 정말 잘 하시겠어요?"라는 질문에는 "아- 밥벌이할 정도로만 해요..하하;;"라고 답하기도 한다.


이 대답들은 절반은 참 일순 있지만 전체가 참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긴 나도 대학시절- 영자신문을 펼치고 한국 기자들이 쓴 영문기사를 읽으며 "와... 어떻게 이렇게 잘 썼을까?" 하고 놀라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기사를 읽다 재밌는 표현이나 인상 깊은 구절이 있으면 빨간펜으로 밑줄 치고 연습장에 옮겨 적곤 했었다.


 "영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란 질문에- 그래도 지난 5년간 영자신문에서 일한 사람으로서 어떤 대답을 해주면 좋을까? 란 생각을 해봤다. 아래는 그 질문에 대한 내 나름의 대답이다.


어쩌면 굉장히 식상하고, 어떻게 보면 김 빠지는 말일 수도 있는데-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대상이나, 혹은 "정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가지고 노는 것", "읽고 쓰고 말하면 재미있는 것"으로 사람들이 봐주었으면 좋겠다. (이 엄청난 취업난 속 토익공부에 여념이 없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이 말이 얼마나 부질없고 힘 빠지게 들릴지 아주 잘 안다... 하지만 난 정말 이부분을 강조하고싶다.)


내가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는 일상 속 광경 중 하나는 지하철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볼 때다. 특히 연습장을 반으로 접어 넣고 한쪽 칸에 한글 단어-그 옆엔 그 단어가 번역된 영단어를 적어 놓고 길고 긴 단어 리스트들을 연습장이 뚫어지게 쳐다보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큰 안타까움이 든다. 저렇게 공부를 하면 영어가 재미 있을리가 없는데.....라고 혼잣말하며.


물론 외국어 공부의 기본은 단어 암기다. Mother가 엄마란 뜻인지 알아야 하고, Government는 정부라는 것을 암기하고 있어야 뭐라도 읽지 않겠는가. 하지만 어느 정도 기본적 어휘들을 익혔다면- 그다음부턴 영어학습방법을 한 단계 진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진화 과정" 속에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같이 놀 수 있는 언어"로 인식하게끔 해줘야 한다.


"같이 놀 수 있는 언어"란 의미 속에 답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지난 10년간 뉴욕타임스 및 영문 외신 뉴스를 거진 매일 읽었다. "내가 영어를 잘 해야 하니 난 이걸 읽어야 해!" 란 "의무감"에 뉴스들을 읽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난 영어기사들을 읽는 게 "재밌었다."


내로라 하는 기자들이 기사 속에 기발한 단어들을 가지고 "장난쳐서" 만든 '운율'을 지닌 문장들을 읽어보고, 받아 적는 것이 재밌었다. 국내뉴스를 외국인의 시각으로 풀어쓴 영문뉴스를 읽으며- "아 이렇게도 바라볼 수도 있구나"하고 신기해하고, 워싱턴 정가의 권력암투뉴스에 흥미진진해하며 영문뉴스를 읽고 또 읽었다.


 "장난을 친 운율을 지닌 문장"이란 어떤 말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예를 들어보자.


김정남 암살에 대한 뉴욕타임즈 기사다. 제목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아...않은가요......ㅎㅎ;;)


뉴욕타임즈


Kim Jong-nam, the Hunted Heir to a Dictator Who Met Death in Exile

추적당한 독재자  후계자란 뜻으로- the hunted heir to a dictator라고 썼다- 여기서 dictator은 김정일을 말하는 것이고 hunted는 "추적당한 김정남"을 말해주기 위해 쓰였다.


여기서 영어의 매력 (이라 쓰고 어려운 점이라고 읽는다)이 발견되는데 우리가 보통 아는 hunt는 명사형으로는 사냥, 동사형으로는 사냥하다 (능동형) 혹은 사냥당하다 (수동형) 으로 쓰이지만- 이렇게 추적당하거나 코너에 몰린 상황을 설명할 때도 쓰인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영어 공부할 때 하는 것이 "아! hunt가 능동형으로는 추적하다 / 수동형으로는 추적당하다 란 뜻이 있구나!" 하고 "Hunt = 추적하다 혹은 추적당하다"를 노트에 적고 또 달달 외우려고 하는데- 절. 대. 그. 러. 지. 말. 기. 를.  (강조 또 강조!)


이건 외움의 영역이 아니라 hunt란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본연의 뜻을 이해하고 그 뜻이 다른 경우에도 확장해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hunt를 다른 경우에 쓴다면- "A suspect was hunted for months until his arrest last month / 용의자는 hunted 당했다. 지난달 체포되기 전까지) 식으로도 응용해서 쓸 수 있는 것이다.    암기의 영역을 넘어 이해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암기의 영역을 뛰어넘어 이해의 관점으로 영어를 대한다면- 영어가 품기는 그 무시무시한 위압감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영어의 또 다른 매력은 김정남 암살 제목 중 "Who met death in exile"에서도 나타난다.


딱딱하게 "he was killed in exhile"이라고 쓰지 않고 'meet'을 활용함으로써 "죽음을 만나다"라는 시적 느낌이 들지 않는가?! (아...저만 그런가요.....)


여기서도 이해의 관점에서의 독해가 필요하다. Met death란 표현을 읽고 "아! meet가 죽음을 맞이하다란 뜻도 있구나!"를 위치며  "meet = 죽음을 맞이하다" 노트에 적고 달달 외우지 말라는 말을 다시 한번 수많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다.   단어의 뜻을 하나하나 외우려 하지 말고 이해하라. 단어 하나가 맥락에 따라 수십 개의 다른 뜻으로 쓰일 수도 있는 것이 영어다.


그 수많은 뜻들을 하나하나 적어가며 외우려고 하면 제 풀에 지쳐 금세 영어에 흥미를 잃게 될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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