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속 오해와 진실 (4)
“넌 휴가 갈 때 비행기 공짜로 탄다며?”, “야~ 친구야 나도 좀 어떻게 안 되겠니?” 제가 항공사에 입사한 이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입니다.
이것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 공짜는 아니지만, 싸다. 하지만, 싼 것에는 언제나 살 떨리는 긴장감이 동반된다.’입니다.
국내 항공사의 임직원 우대 항공권은 ZED(Zonal Employee Discount) 또는 FOC(Free Of Charge) 등으로 불립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등 대형 항공사의 경우 스카이팀, 스타얼라이언스 등 국제적 항공사 연합 내에서 사용 가능한 티켓을 발행하고, 연합체가 없는 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해당 항공사에서만 사용 가능한 티켓을 임직원들에게 제공합니다.
그렇게 제공되는 티켓은 다시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먼저, 흔히들 ‘공짜 티켓’으로 알고 계시는 SUBLO 항공권은 정가 대비 약 10퍼센트의 적은 비용만 지불하면 되지만, 말 그대로 확정이 되지 않는 ‘대기표’입니다. 해당 항공편에 잔여석이 있을 경우에만 탑승이 가능한 티켓인 것이죠. 이 때문에 주말이나 성수기 사용은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인기 노선의 경우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불확실성이 엄청난 도박 같은 항공권인 셈이죠. 때문에 이 항공권으로 가족이나 부모님을 동반한 여행을 계획할 땐 출발 전날까지 마음졸이며 예약율을 모니터링하곤 합니다.
반면, 50 ~ 75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 가능한 NO SUBLO 항공권은 결제하는 순간 탑승이 확정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내가 신청한 티켓이 무용지물이 될 일은 없지요.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최대 75퍼센트의 할인율은 ‘정가’ 기준이라는 사실... 항공사 예매 사이트에 나오는 가격이 아닌 항공사에서 설정한 최초 가격을 기준으로 할인되기 것이기 때문에, 여행사 등을 통해 구매하는 패키지 상품과 큰 가격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인터넷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벤트 할인 티켓이 훨씬 저렴한 경우가 많지요. 게다가 연휴 및 휴가철 등 성수기는 ‘엠바고’ 기간으로 지정되어 있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답니다.
어떠신가요? 항공사 임직원들의 우대 항공권이 생각만큼 쉽게 사용가능한 ‘골든티켓’은 아니죠? 저 역시 항공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세상 부럽기만한 제도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혜택이라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긍정맨 김기장은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사이판행 우대항공권을 신청할 수 있는 날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