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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고함

by 조경래 기술사

'장인정신'을 정의하자면, "어디 감히 내 딸을..! "이다.

결혼한 지 3년 되던 해에

돌아가신 장인어른은 사위를 첫눈에 좋아하지 않았다.

일찍 철이 들어 속 깊은

은영이 사윗감은 키도 얼굴도 직장도 반듯한 넘으로 기대하셨을 것인데

새카맣고 쪼그마한
직업도 변변찮아 보이니 그랬겠지 하고, 그 당시에는 자책도 하고 더러 원망을 했었더랬다.

비단 하드웨어 문제뿐만 아니라,

이도 저도 아닌 젊은 청춘이 어설퍼 보이고 소프트웨어마저 미덥지 않았기 때문일 것인데

칼잡이 고수가
1합만 겨루어 보아도 상대방의 실력을 알 수 있듯이, 첫인상 첫인사말에서 나는 그분의 마음에서 이미 탈락된 셈이다.

이제 내가 50이 넘어보니,

젊은 친구들을 보며 쓸만한 넘들 그렇지 않은 녀석들을 직관적으로 감별을 하는데..

요즘 젊은 삭신들이 대개가 어설프다.

나는 꽤 유연하다 평생을 생각해왔는데..

언제부터 인가..
하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시비하는 여러 기준들이 꽤 많이 서 있고, 그것들을 표현하는데 꽤 완고하기 까지 하다.

젊었을 적처럼..
직설적으로 내뱉는 싫은 내색은 많이 없어졌지만, 겉으로 표정을 숨기는 대신에 안으로 마음을 다지는 엽기적인 마음씀을 할 때도 있다.

게으르거나, 정직하지 않거나, 업무 지능이 낮은 직원들에게는 마음속 낙인을 찍어 웬만하면 그 봉인을 좀처럼 해제하는 경우가 드물다.

작년 연초에도 단절된 몇 인간관계에 대해 먼저 손 내밀어 복원하려는 마음이 있었지만, 생각 속 미움만 증폭되니 그러할 수가 없었다.

서울 사대문 안에서 반듯하게 자란 박 이사에게 가끔 그런 류의 조언을 청해 듣고자 하는데, 내편 들어주는 달달한 소리만 귀에 들리고 나 잘못했다는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나이 들어가며 단단해지는 완고함은 커져가는 것을 보고도 속수무책이다.

그런 완고함이 잘못이라는 건 원론적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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