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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by 조경래 기술사

머리맡에 두는 책 중 하나가 [안녕 주정뱅이]이다.

이미 몇 번을 정독했지만, 처음 읽었을 때의 감성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아무 쪽이나 펼쳐 읽게 되면 그쪽을 기준으로 앞뒤 상황이 자동으로 세팅되고 순식간에 몰입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작가 권여선의 단편집인데..
첫 순서에 배치된 [봄밤]과 중간에 배치된 [이모]를 특히 좋아하는데..

[봄밤]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랑에 다른 아픔은 능히 견뎌낼 수 있는 면역마저 부여하는 가슴 먹먹함이 있고..

[이모]에서는 남은 날이 카운트 다운되는 가난한 시한부의 중년 여인의 체념과 달관을 통한 "견고한 삶"을 엿보고 내 삶이 단단하지 못한 이유가 군더더기가 많기 때문이란 걸 다시 깨닫게 한다.

췌장암 말기 환자 윤경호의 견고한 삶이란 이랬다.

월세 30만 원을 포함하여 한 달 65만 원의 생활비를 쓰고,
도서관에 출근하여 매일 1권의 책을 정독한다.

음식은 있는 재료와 물과 불과 시간을 들여 정성껏 만들어 조리하여 먹고..

담배는 하루 4개비.. 술은 일주일에 소주 한 병을 도서관이 열리지 않는 월요일 전날에 마신다 했고, 그날은 다소 사치스러운 안주를 만들어 먹는다 했다.

오늘은 잠자리에서 [이모] 중간 부분을 펼쳐서 읽고 싶은 게, 요즘 이런저런 생각에 심이 란한가 보다.

책 안주는 지난달 은영이가 사다준 로열살루트 한잔이다.

술안주는 필요 없다 오늘은 술이 책 안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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