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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김치

by 조경래 기술사

얻어먹는 처지에 짜네 싱겁네 하면 안 되는 거 잘 알지만, 장모님이 보내주신 올해 김치가 예전만 못하다.

장모님이 직접 담근 게 아니고, 흥덕 이모께서 담가서 보내주셨으니 장모님 잘못은 아니고, 김치 역시 김칫소 양념은 좋은데 배추 밀도가 없이 푸석하니, 원인은 흥덕 이모 잘못도 아닌 배추 탓이고 배추를 그렇게 만든 하늘 탓이다.

엄마가 보내주신 김치는 너무 단맛이 있어 좀 놔두었다가 묵은지로나 먹어야 될 것 같아서 손대는 것을 보류하고 있는데..

지난 일요일 양주에 사시는 희성 형수가 싸주신 것들에 김장 계절의 김치 갈증이 해소가 된다.

90일을 직접 밭에서 키워서 단단한 배추닢이 소금에 적당히 절여져서 플렉시블 하고, 우리 먹어왔던 전라도식보다는 젓갈 함량은 적지만, 이른 봄 갓김치 마냥 시원한 맛이 있다.

데이터 백업하느라 조금 늦은 퇴근을 하고, 10시 가까이 먹는 저녁상에 서리태 넣은 콩밥과 토막 내지 않은 김치 반포기가 전부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그 김치가 또 먹고 싶은 나는 삼식이 일지도 모르겠다.

일요일 오후에 "자러 가도 돼요..?" 하고 불쑥 찾아갔는데 마침 미사리에서 사 온 광어로 회를 뜨고 매운탕과 초밥까지 만들어서 맛나게 먹고 왔다,

한글 자막이 입혀진 알렉스 호놀드의 프리 솔로잉 영상을 보며, 이슬이 두어 병을 비웠는데, 그토록 동안 이라던 희성 이형은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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