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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와 양의사
by
조경래 기술사
Dec 3. 2020
새벽시간 거칠어진 숨소리에 메롱이 잠자리를 두 번을 체크했는데, 다가가면 시치미 떼고 눈망울을 반짝인다.
십수 년 전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 맡아 두었던 욕창 냄새가 나기도 하니 매일 욕조에서 운동을 겸해서 세제 없이 목욕을 시키고 깔 수건 담요 세탁도 에브리데이 해야 한다.
사람 동물의 몸이 기계와는 다른 유기체라서 어느 한 부위가 무너지면 연쇄적 다른 장기로 악영향을 미치게 되니..
건강하게 목숨 부지하고 7,80년을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기적의 조화란 생각이다.
그런 유기체적인 의미에서 양의 학보 다는 한방치료를 선호하는 편인데, 치료의 실체나 결과보다는 한의사들의 이론과 양방의사들보다 조금 더 내어주는 친절함 때문 이기도 하고..
불편한 부위는 여러 유기적인 원인이 있고 그 취약해진 근본 원인에 대해서 다른 곳의 기운을 빌어와 균형을 맞춰준다는 것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신체의 내외부 환경과 여건을 무시하고 증상을 억제하고 필요시 도려내는 외과적 요법에 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치료방법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제는 매우 다른 것이니, 한의학을 더 선호한다고 해서 한의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그 이유는 비교적 양 의원들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것 같지만,
기승 전약..
대개의 한의사들의 카운슬링이 결국은 약 파는 걸로 귀결이 되니깐..
"어디서 약을 팔아..!!." 하고 막 나갈 수 없는 분위기에서는 약 팔기 전전 단계에서 한의사의 약장사 본능을 미리 꺾는 멘트로 방어하기도 한다.
10년 전부터 알던 한의원이 있었는데..
그곳은 약 파는 것도 돈 버는 것도 관심 없어 보이던 젊은 원장이 있었다.
"아버님 제가 낫게 해 드리겠습니다. "
라는 믿음직한 멘트가 젊은 한의사의 전매특허였고, 뜸과 수지침으로 시술을 하는데 약 한번 팔지 않고 불편한 증상이 신기하게 해결되었으니 나와는 궁합이 맞는 명의였던 것이다.
자신의 몸 기운이 오시 이전(오전)에는 침 치료 효과가 없다고 하여 오후 진료만 하다가, 공부와 수행이 더 필요하다는 알듯 모를듯한 이야기를 하고 한의원을 접은 후에 그 젊은 원장의 행방은 알 수가 없는데..
그 후론 첫사랑 그녀를 잊지 못하는 반푼이가 그녀 닮은 여인만 찾아다니는 것처럼, 젊은 원장 반만이라도 닮은 한의원을 찾아 전전하고 있는데..
이후에 만난 한의사들은 그저 약장사들 뿐이었다.
반드시 낫게 하겠다는 미더운 젊은 한의사를 흉내 내어서 " 메롱아 아빠가 낫게 해 줄게..! " 하지만..
내 말은 확신도 없고 근거도 없는 립서비스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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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다니며 좋은 친구와 체력을 얻었습니다.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아픔에 공감합니다. 유해위험물질의 안전에 대한 이야기와 진솔해지는 삶을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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