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여행기

by 조경래 기술사

" 지금 공부 안 하면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한다.! "
고씨네 민박 벼랑박엔 고씨 명언이 7절까지 써져있다.
모두 고씨네 창작이라고는 믿지 않지만, 그래도 신 선한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장원 감이다.


고씨네 민박은 비수기 때는 할머니만 섬에서 살고 계시고, 여름 성수기엔 세 딸이 섬으로 건너와, 민박과 식사 등 여름장사 대목을 본다.

고씨네 민박 벼랑박

민박 시설은 집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블록 벽에 슬레이트 지붕구조의 헛간에 비닐장판과 도배만 되어 있는 수준이다. 그 도 그럴 것이 대기업에서 이 섬의 80% 이상을 매입하여, 이곳 섬마을 땅이며 집이며 보상절차가 다 끝나고, 이주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 토박이 섬사람들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쓰러져 가는 집에 돈 들여 투자할 이유가 없다.

시설 투자라면, 페인트 사다가 그림 그리고 색칠하고, 벼랑박에 고씨 명언 같은 것을 판서해놓는 것이다.


둘째 딸은 음식을 잘하지만, 직설적이고 사나워 보이고,

막내딸은 부지런하고 친절하다. 첫째 딸과 할머니는 보질 못했다. 난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민박집에 두 끼 밥만 먹으러 다닌 셈이다.


굴업도에 도착하여 오전 산행길에 보니 나무며 풀이며 초토화가 되었는데, 방목하는 염소의 소행이라 했다.

이곳 이장이 놓아먹이는 염소인데 먹성 좋은 그놈들의 개체수가 늘어남에 따라 산이고 들이고 황폐화되어서 다시 잡아들였는데, 미처 다 잡지 못한 몇 녀석들이 다시 개체수를 증식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한다.



섬은 가늘고 긴 형태라 바다조망이 좋다.

바람과 세월에 예쁘게 깎인 병풍 같은 바위 절벽도 있고, 긴 코를 땅에 늘어뜨린 코끼리 바위도 있다.


고씨네 딸들이 준비해준 저녁을 먹고, 바람에 풀이 눕는다는 개머리 언덕으로 향했다.

바닷가에서 개머리 언덕 끝자락 까지는 놀며 가도 40분인데, 어스름한 풀밭 공제선에 등이 켜진 주황색 텐트가 그림이다.


이곳이 한국의 갈라파고스라는 굴업도다.

백패킹의 성지라는 개머리 언덕이다.


모그룹에서 바람에 풀이 눕는 이곳을 골프장으로 개발계획이 있는데, 환경단체의 반대 시위로 잠시 보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머리 언덕으로 들어오는 초입의 철제 울타리가 사유지 임의 메시지인셈이다.


꽃사슴이 무리를 지어 다닌다. 사람과는 약 30m의 곁은 내어주는데 그 이상은 "아니 되옵니다"이다.

굴업도는 낙조가 어우러진 사방의 바다조망, 잘 길들여진 초원과 사파리에서나 볼 수 있는 꽃사슴 떼들 까지, 위로나 쉼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들을 내어주는 섬이다.



서해에 몇 안 되는 이쁜 섬이 곧 가진 자들의 사업장이 되고, 소수의 사람들만의 놀이터가 된다 하고, 자의든 타의든 토박이 섬사람들이 살아왔던 터전을 등져야 한다 하니 마음이 언짢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돈으로 또는 절대권력으로도 안 되는 것이 많은 세상이 좋은 세상일 거라고 생각한다.


돌아오는 배안에서, 억만금 또는 수백억을 준다 해도 내가 싫다 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인가? 적어도 백개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굴업도가 돈으로 사유화되는 건 난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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