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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마을

by 조경래 기술사

임진각까지 다녀왔다면..
너덜너덜한 상태로 지금쯤 도착했겠다 싶어 강행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자전거로 그 쪽 방향은 지난 여름에 술자리가 있어 일산 백석동에 다녀온 것이 전부이고, 해병초소 옆 굴다리를 지나 파주행은 오늘이 처음이다.

오전 늦게 출발하면서 가볍게 여의도나 찍고 오자는 게 대강의 계획이었는데, 김포 아라 갑문을 지나 행주대교를 건넌 것도, 예상되는 강북방향이 아닌 한강하구 방향으로 핸들을 돌린 것도 선두의 은영이가 결정한 일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탐색하는 것은 은영스러운 일이나, 계획하지 않은 돌발은 나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는데..

20년을 꽉 채운 중견 부부가 좋은 모습, 그렇지 않은 면까지 서로 닮아진다는 것이 나쁘지 않다.

한마디로 "마이 컸다..! "

터닝 포인트는 헤이리 건너편 프로방스 마을인데, 제과제빵으로 소문난 그곳에서 생뚱맞은 숯불닭갈비로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강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야외 테이블이 그곳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겨우내 먼지 앉은 자전거를 꺼내서, 오래간만에 100km를 훨씬 넘게 굴렸더니, 엉덩이도 허벅지도 상태가 좋지 않다.

설날 명절 이라기보다는 그저 긴 연휴 같은 휴일이었고, 4일이 아니라 400일의 휴가였어도 언젠가는 끝이 있는 것이니..

아쉽지만, 가방에 색종이 가위 크레파스를 챙기고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엄마에게는 담주에 들러 설날 못 드린 새배드린다고 했고, 나보다 한 살 더 먹은 이모네 삼재형은 세뱃돈으로 20만 원을 받았다고 참고만 하시라고 전해 드렸다.

내일 출근하자마자 주간회의를 시작으로 제안서 2개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는 애가 달아서 휴일에 사무실 나가 뚜닥 거렸는데, 지금은 쉬는 날에는 철저하게 놀자는 생각이다.

매일 긴장하고 걱정하며, 남들 쉴 때 못 쉬면, 그것은 잘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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