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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세배

by 조경래 기술사

엄마에게 요번 금요일 저녁에 찾아뵌다 했더니, "고창 제사 돌아왔냐..?" 하고 말씀하셨다.

우리 대화중 고창은 내 처갓집을 말하는 건데..
설날에 오지 말랬다고 안 오는 빙충이 짓이나, 다른 곳을 들렀다 여러 일을 겸해서 오는 것에 대한 일말의 섭섭함이 전해지는 것은 순전히 나의 자격지심이다.

아들자식 된 넘들 대개가..
처갓집은 손하나 까딱 안 하고 대접받으러 가는 곳이지만,

부모님 사시는 본가는..
무엇이 되었던, 민원을 들어주고 해결해야 할 것이 쌓여 있고, 부부간에 20년 넘게 살았어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하지만, 멈추면 비로소 드러나는 그런 일들이 있는 곳이라서, 이제는 심호흡 한번 하고 표정 관리하고 들어가는 곳이 되었다.

방문 전 민원이 들어왔다.

외출화로 신던 등산화가 쓰임이 다 되어서 235mm 등산화 한 켤레.. 지금 신고 있던 것이 꼭 마음에 드니 동일한 것으로 사달라는 것인데, 운동화보다는 중량감은 있지만, 패브릭 재질의 소프트한 것이 발을 단단히 잡아주기도 하고 덜 미끄러우니 신고 다니시기가 안정적이었던 모양이다.

내친김에 아빠를 바꿔달랬더니 아빠 사이즈는 260mm라고..
2주 전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하셔서 팩폭 두어합 드리고 조금 어색한 사이가 되었는데, 신발 한 켤레로 싸게 끝날 것 같다.

엄마에게는 친절하고 자상한 아들인데, 아빠에게는 어느새 엄하고 꼬장꼬장한 아들이 되어 있는 것을 이미 발견했지만, 그것이 참.. 멈출 수가 없다. 어려서부터 아빠가 나에게 한 20년 그러했고, 나 역시 그런 아들이 된 지 한 20년이 되어가니 그만 할 때도 되었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나 주변머리 없고 배려 없는 꼰대 모습을 보면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다.

현균이 에게 사이즈와 고객의 취향을 전달했으니, 엄마 아빠 꺼 구분하여 각 3가지 종류로 색상 디자인 가격이 전송될 것이다.

이번에는 두 분에게 최대한 친절하고 자상한 아들로 다녀와야겠다.

인생은 강약 중간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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