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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전기장판

by 조경래 기술사

이제 곧 여름인데, 거실 바닥의 온열매트를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워낙 무거워서 들어내기 만만한 물건도 아니고, 들어내어도 마땅히 둘 자리도 없기 때문이다.

여느 전기매트보다 무거운 것은 전자파 차단과 열전도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황토층과 여러 겹의 패드와 가죽 표면에 견고하게 붙어있는 직사각형으로 가공된 맥섬석이라 불리는 돌조각들이 모자이크처럼 촘촘하고 견고하게 붙어있는 이유이다.

엄마 체질을 물려받아서 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 시원한 잠자리를 좋아했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이 촉촉한 음식처럼, 발코니 문을 열어두어 서늘한 윗 공기에 등짝 따신 것이 좋으니, 겨울 여름 할 것 없이 치울 수 없는 물건이 되었다.

이 매트가 십 수년 전 집에 들어올 적 에는 큰돈 쓴 엄마에게 전혀 감사해하지도 않고, 받지 않으려는 자식들에게 섭섭해하며 울고 불고 사달이 났었다.

우리 결혼해서 의왕에 살던 때이니 17년 전인데, 엄마가 분가한 자식들 각 집에 일괄 구매하여 하나씩 보내준 것인데,

보낸 마음 이야 새끼들 건강 바라는 의심할 여지없는 엄마 마음이지만, 개당 250만 원이 넘어 돈 천만 원을 넘게 지불한 것을 알고 나니, 엄마 사는 동네에 들어선 온열매트 체험관 장사꾼들의 꼬드김에 세상 물정 모르는 노인들이 넘어간 것으로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4번을 이사를 다니며 가지고 다니면서 스위치만 넣으면 금세 따뜻해지는 매트가 썩 쓸만하여 여태껏 잘 쓰고 있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받을 당시 엄마 섭섭해하지 않게 무지무지 감사한 마음으로만 받을걸 그랬다는 생각이 지금에 와서야 든다.

그 뒤로도 엄마는 몸에 좋다는 척추교정기도 들여놓으시고, 노래를 부르시던 세라젬은 누나가 거금을 들여 사드렸는데도 집에 가보면 빨래걸이로 사용되고 있다.

장난기 섞어서 잘 사용하고 있는지 여쭈어 보면, 조금 얼버 무리시는 걸 봐서 처음 살 때 마음 같진 않은 것에 대하여 자식들 눈치를 보는 듯도 하다.

며칠 전 통화에 엄마는 막내 이모네 집에 다녀오셨다 했다.

척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이모네 집에 들여온 온열치료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모가 거기에 누워서 놀라울 정도로 회복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본인도 누워보니 참 좋았다는 이야기에 내심 왠지 모를 걱정 버섯이 생긴다

물건이 좋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돈 천만 원이 넘어가는 물건을 묻다 없이 아내에게 흔쾌히 구입해주는 아빠와 동갑내기인 이모부의 마음씀이 감사하고 이쁘다는 이야기에..

본인 남편이 그런 자상하고 살뜰한 남편이 아닌 허한 마음이 자리할 것이고, 그 허한 마음을 채우고자 무엇이 되었든 소유하고자 하는 물욕이 더 동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세상일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거고, 즐길 수 없으면 피하는 것이라서, 우리 집 거실에 있는 17년 된 온열매트는 이미 피하지 못해 즐기는 물건이 되었지만, 엄마 마음에 들어앉은 온열 치료기는 즐기는 쪽, 피하는 쪽 모두 데미지가 있는 일이라 걱정이 된다.

빨리 더운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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