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북적이던 만두가게 불이 꺼져 있어 오늘 쉬는 날인가 했는데, '하루 만두'가 폐업을 했다고 안내장이 붙어있다.
대개 식당이 폐업하는 경우는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리를 못 잡고 시름시름 기우는 것이 눈에 보이다가.. 온다 간다 소리 없이 간판 내리고 인테리어를 하는 모습으로 종결되는데, 값이 저렴하고 맛도 좋고 사람들 평도 좋으니 점심때에는 줄을 서서 먹는 이곳이 그랬다는 건 생각 밖의 일이다.
문득 2년 전에 김밥은 안 하기로 했다는 게 생각이 났다.
싼 맛에 감수해야 하는 김밥집의 김밥과는 달리 이 집 김밥은 그래도 먹을 만한 곳이라 생각했던 나에게는 참으로 아쉬운 변화였는데, 그때부터 하루 만두는 계획이 있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빈 가게를 들여다보니, 늘 만두 작업실에서 만두를 빚던 40대 후반의 남자 사장 만두 빚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주문한 식사를 기다리며 핸드폰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 본 기억이 있다. 만두소와 피가 준비된 상태에서 만두 하나 빚는 데 걸리는 시간이 6초 싸이클로 반복 작업을 하는데 소가 들어가 있는 만두를 90도 회전시키면서 엄지와 검지를 이용하여 7번 정도를 눌러 닫는데 마지막에는 작업자의 뒤꿈치가 들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루에 만두를 2,000개를 빚고 그게 모두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 했는데, 야근이라도 있어 저녁 먹으러 오면 만두는 이미 떨어졌다고 하는 게 다반사였다.
가끔 만두 일을 배우겠다고 하는 수습생 이들의 모습을 만두 작업실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의 만두는 찌그러져있고 만두 쟁반에 오와 열이 전문가 솜씨와는 확연히 다르던.. 그들의 초심은 무지 열심히지만 남자 사장이 말하는 일정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이 그만두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남자 사장은 하루 꼬박 6시간 이상을 빚어야 하는 2,000개의 만두가 꿈속에서도 만두를 빚을 만큼 지겨웠을 것이다. 한 개 만두 사이클 끝에 들리는 그 남자 사장의 발뒤꿈치가 내게는 그래 보였다.
아직 은퇴할 때는 아니었으니 아마도 덜 지겹거나 손과 발을 덜 쓰는 일로 인생 2학기를 맞이 했을 것으로 혼자 소설을 써보는데..
일과 일에 대한 재미의 관계로 보자면..
제일 잘하는 일이 제일 지겨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제일 잘하는 일이 제일 즐거운 데다가 돈까지 많이 버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거 원효 대사 말씀처럼 맘먹기 달려있는 것만은 분명 아니겠다...
조금 서투르고 잘 못하더라도 해서 즐거운 일을 하고자 하는 게 나처럼 철없는 중년들의 로망 또는 노망이다.
하루 만두 다시 맛볼 수 없으니 섭섭하지만, 하시는 일이 서툴더라도 즐거운 일이 되시길 같은 종족이 갖는 연민을 담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