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는 다른 집이 없고 야트마한 야산이면 좋겠다.
집채는 작더라도, 넓은 마당에 평상 하나 가릴 수 있는 그늘을 가진 큰 나무가 있어 대문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비켜서 있고, 닭이 3마리 정도 돌아다니면 좋겠다.
대문이 없는 진입로에는 빨강 편지함을 세우고, 거기로 일주일에 반가운 소식 하나씩 꺼내보면 좋겠다. 세금고지서 같은 거 말고 말이다.
아주 모르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내 또래 이웃 부부가 있어 가끔 부침이나 나눠먹을 정도면 좋겠고, 감이나 대추 내놓으라 하는 동네 어르신이 없었으면 좋겠다.
통 창문으로 마당이 내려다 보이는 거실은 층고가 높았으면 좋겠고, 고구마를 굽는 기능성 서랍을 장착한 화목난로가 있으면 좋겠다.
방 3개 중 하나는 아궁이를 두고, 톱질 도끼질하여 장작을 만드는 낮시간 소일거리가 있으면 좋겠고, 어떤 날에는 뜨거운 구들장 지고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 날도 있었으면 좋겠다.
동치미와 김장을 땅속에 묻어두고, 직접 담은 과실주와 농주를 거실에 두고 오는 손님 분별하여 골라마시면 참 좋겠다.
은영이 친구와 내 친구가 철 바뀔 때마다, 번갈아서 찾아와 한이 틀 머물다 가고, 올 때 너무 비싼 차 안 타고 오면 좋겠다.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좋아서 연료비 걱정 없이 겨울철 따뜻하고, 에어컨 없는 한여름이 지나가면 좋겠다.
청소하고 빨래도 하고, 필요한 것도 간혹 만들어 쓰는..
밥 짓는 일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되는 그런 날들이면 좋겠다.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듯 편안하게 나이가 드는 날들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