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죽음 이후 세계가 있어야 하는 이유?

신은 공정하게 우주를 굴리고 있다.

by 정강민

J는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빛에게 조심스레 꺼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빛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호메로스 시대까지만 해도 그리스에는 사후세계라는 개념이 없었어. 인간의 육신이 죽고 나면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지. 당시 그리스인들은 인간이 죽으면 귀신이 되어 지하세계와 구천을 떠돌 운명을 맞게 된다고 어렴풋이 생각했을 뿐이야. 선행에 대한 보상도 없고 죄악에 대한 형벌도 없는, 그저 막연한 사후세계였던 거지. 그래서 그리스 문학에서는 이런 말이 있어. '죽은 아킬레스보다는 살아있는 노예가 낫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잖아.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


J는 고개를 끄덕이며 빛의 말을 따라갔다. 빛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이런 생각을 해봐. 만약 인간에게 불멸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삶은 쉽게 피폐해질 수밖에 없어. 죽음 이후 아무것도 없다면 굳이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지지 않겠어? 도덕과 윤리라는 것도 결국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어. 그냥 대충 살다가 죽으면 끝이라면,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하며 살다가, 그러다 안 되면 확 죽어버리면 되잖아. 현생에서 지은 죄가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면 범죄자와 피해자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그래서 다음 생이나 사후세계가 있어야 신이 공정하게 운영한다고 볼 수 있지. 그래야 범죄자도 조심하게 되고, 피해자는 언젠가 보상을 받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지.”

빛이 말을 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사후세계와 환생을 믿었어. 그는 사후세계에 대한 기대를 품고 독배를 마셨거든. 그런데 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들어본 적 있어?”

J가 말했다. “음, 자세히는 몰라. 그냥 철학자니까 그런 선택을 한 거 아닌가?”


빛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죄를 지어서 사형당한 게 아니야.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자백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금형을 받았고, 그 벌금을 내지 않기로 한 거지. 그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한 거야. 그는 이렇게 말했어. ‘나는 곧 하나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꿈도, 악몽도, 그림자도 없는 영원한 잠에 빠져 소크라테스라는 존재가 사라지거나, 아니면 세상 저편에 있는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다. 둘 중 하나다. 실제로 가보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만약 죽음 이후의 새로운 세상이 있다면 내가 평소 궁금했던 여러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해답은 나뿐 아니라 만인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이야.”


J는 빛의 이야기 중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말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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