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행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워 보인다
물 위를 눕다_배영의 시작
수영을 시작한 지 두 달째, 드디어 배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강사는 물 위에 누운 자세에서 몸을 폴더처럼 접으며 일어나는 법부터 설명했다. “자, 강민 회원님부터 뒤로 누우세요.” 하지만 난 여전히 물에 등을 대고 눕는 것이 두려웠는지 온몸이 긴장했다. 결국, 몸이 곧바로 가라앉으며 코로 물이 들어왔다. “켁켁!”
킥판을 잡고 배영 발차기로 전진하던 중, 앞사람의 발에 내 킥판이 닿았다. 순간적으로 놀라 허둥대다 또다시 물을 먹었다. 하지만 앞사람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여전히 앞으로 나아갔다. 난 급히 뒤를 확인한 후 다시 누워 발차기를 이어갔다. 그때였다. 옆 레인에서 접영을 하던 수영 고수가 힘찬 팔짓으로 내 얼굴에 물보라를 뿌렸다. 마치 폭우처럼 쏟아지는 물에 또 한 번 놀라며 숨을 헛디뎠다.
강습이 끝난 후, 킥판 없이 물 위에 눕는 연습을 반복했다. 하지만 할 때마다 코로 물이 들어왔고, 일어설 때도 강사가 가르쳐 준 폴더 자세가 되지 않아 레인을 붙잡고 엉거주춤 일어났다. 스스로 봐도 완전 초보 티가 확 났다. 그래도 계속해서 반복했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라고 다짐하며 몸을 물에 맡겼다. 그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물이 자연스럽게 나를 떠받치는 느낌이 들었다. 팔을 젓자 몸이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상쾌했다.
탈의실은 평소 늘 시끌벅적하다. 수영을 마친 사람들의 대화와 웃음소리, 가끔씩 들리는 할아버지들의 귀여운 음담패설, ‘윙~~’ 하며 울리는 헤어드라이기 소리,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욕설을 내뱉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뒤섞인다. 그런데 오늘은 마치 산속의 절간처럼 조용했다. 선풍기가 조용히 미풍을 흩날릴 뿐, 70세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만이 면봉을 번갈아 귀에 꽂고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면 늘 몸이 먼저 긴장한다. 킥판을 잡고 몸을 물에 띄울 때도, 오늘 뒤로 눕는 순간에도 내 몸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새로운 것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있고, 두려움은 긴장을 유발하며, 긴장은 몸을 경직시킨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두려움이 낯선 상황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잘 모르는 것 앞에서 위축되기 마련이다. 무지는 두려움의 근원이 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배우면 두려움도 점차 사라진다. 우리는 많은 경우 실제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하며 도망친다. 그러나 무언가가 두렵다면 오히려 자주 접해야 한다.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다. “그 일이 어려워 보여서 감행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감행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는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강조한다. “당신의 외부 환경은 마음의 반영일 뿐이다. 당신의 마음을 다스리라.”
수영 후 맞는 시원한 바람이 예전처럼 짜릿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은 그저 찌뿌둥한 기분만 달래는 정도다. 맥주의 첫 모금만큼 강렬한 감동이 없듯이. 인간은 익숙해진 것에서 감동을 덜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 나선다. 더 큰 기쁨을 좇으며, 그것이 결국 지구를 발전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청개구리 같은 이 감정이 얍삽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바람이 내 머리를 말려주고,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비발디 음악이 귀를 적신다. 내 앞에서는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정겨운 모습에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들이 수영장 가방을 멘 채 촉촉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나와 같은 시간대에 수영하셨구나.’ 수영장에서는 도수 없는 물안경 때문에 흐릿한 형체만 보인다. 평상복을 입은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의 모습과 흰머리를 가리는 수영모자, 주름을 가리는 선글라스 같은 수경, 몸에 딱 붙는 수영복을 입은 모습을 일치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 위에서는 활기찼던 그들이, 바깥에서는 꾸부정한 노인이 된다. 마음이 아릿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두려움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직면하고 감행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의 시작이다. 감행하지 않기에 어려워 보이는 것이며, 행동하면 할수록 우리의 통제력은 커진다. 수영장에서도, 그리고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