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모든 것이 신성한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장

by 정강민

햇살이 환하게 내리쬐는 여름날 오후였다. 하늘은 맑고, 잔잔한 호수 위로 부드러운 바람이 잔물결을 일으켰다.


J는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신발을 벗고 발을 풀어놓았다. 푸른 풀잎이 발끝을 간질였다. 그 옆에는 ‘빛’이 있었다. 친구 같고, 스승 같고, 때로는 자신의 내면과 이어진 듯한 존재. J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빛, 가끔은 세상이 너무 억울하게 느껴져. 왜 좋은 사람들도 고통을 겪는 걸까?”

빛은 잔잔히 웃었다.
“J, 카르마는 항상 벌처럼 다가오는 게 아니야. 때로는 너의 작은 선행 하나가 놀라운 축복으로 돌아오기도 해. 세상에는 아름다운 카르마도 많아.”

J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름다운 카르마?”

“그래” 빛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최선을 다해 한 노력, 사랑을 담아 베푼 행동, 진심으로 용서한 순간들......., 그것들은 언젠가 반드시 빛이 되어 돌아오지. 카르마는 결국 자연스러운 결과야. 어떤 씨앗을 심었느냐에 따라 열매가 달라질 뿐이지.”


J는 호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반짝이는 물결 위로 오리 두 마리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유유히 떠가고 있었다.

“그럼 구원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이뤄내야 하는 거구나?” J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지,” 빛은 부드럽게 답했다.
“자기의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영혼은 이렇게 말할 수 있어. 딱히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워할 만한 일은 없었어.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어.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인간관계가 파탄 나는 비극도 겪었지. 그때는 자신이 옳았다고 생각했는데, 멀리 떨어져서 보니 자신의 잘못이 컸던 것을 느끼지.”


J는 가만히 생각했다. 과거의 기억, 뭔가 이유 없이 벌어졌던 고통스러운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때는 억울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안에 배움이 있었다. 빛은 말을 이었다.
“성장한 영혼은 다음 생에서 무엇을 경험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하지만 원하는 것만 고를 순 없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하지.”

잠시 뒤 빛이 다시 말을 이었다.

“세상은 집단 카르마의 거울이야. 모두가 각자의 과제를 풀기 위해 태어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행동을 취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다가 실수도 하고,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혼란에 빠져. 이렇게 우왕좌왕하다가 또 세상을 하직하고, 다음 생에서 다시 도전하고.....”


그 순간, 느티나무 너머에서 매미 한 마리가 힘차게 울어댔다. J는 웃었다. “우리도 저 매미처럼 언젠가 깨어나겠지?”

빛도 웃었다.
“당연하지. 이 오랜 여정을 통해, 결국에는 우주를 이해하는 위대한 존재가 탄생하게 될 거야. 네가 상상조차 못 할 세상이 기다리고 있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따스한 햇살, 물소리, 매미소리...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빛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J, 기억해. 증오는 이 여정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인간이 느끼는 억울함, 부당함도,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정당한 흐름이었음을 알게 될 거야. 한정된 눈으로 보면 억울해 보일지라도, 우주의 관점에서는 모든 것이 신성한 사랑 안에서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인간이 만든 것은 일어섰다가 쓰러지기를 반복하지만, 우주는 결코 무너지는 법이 없어.”


J는 느티나무에 등을 기대어 눈을 감았다. 따뜻한 여름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모든 것이 신성한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진하게 가슴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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