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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계약할 때 만큼 기쁜 감정이 있을까?

by 정강민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심코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 메일 알림이 떠올랐다.

'선생님의 원고가 저희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맞지 않으니, 눈 밝은 출판사를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이런 내용이 아니었다. 메일을 열어본 나는 숨을 삼켰다.


"보내주신 원고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싶어 연락드립니다."


고함을 지를 뻔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출판사였다. 넓은 노트북 화면으로 메일을 찬찬히 읽고 싶었다. 마음이 앞서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알맹이가 씹히는 달콤한 음료 두 병도 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씻고, 노트북을 켜고, 책상에 앉아 한 모금씩 음료를 음미하며 메일을 정독했다.


내가 보낸 원고에 대한 세심한 감상과 출판사 소개가 빼곡히 담긴 정성 어린 장문의 편지였다.


한 시간쯤 고민하고, 마침내 ‘계약하겠습니다’라는 답장메일의 엔터키를 기쁜 마음으로 눌렀다.

(수정23).jpg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나에게 있어 그것은, 투고한 글을 출판사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출간을 제안해올 때다. 로또에 당첨된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 기쁨과 맞먹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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