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새벽 다섯 시...
여름 새벽 다섯 시. 아직 어둑하지만 사물의 윤곽은 희미하게 드러난다. 세상은 숨을 죽인 듯 고요하다. 멀리서 들려오는 새의 지저귐만이 이 정적에 점 하나를 찍는다. 사람의 기척은 없다. 이 깊은 고요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조심스레 창문을 연다.
상쾌한 바람이 스며든다. 팔과 어깨의 맨살에 닿는다. 시원하다. 아니, 약간은 차가웠다. 창밖 어스름한 풍경 너머로 푸른 나뭇잎 하나,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그것은 마치 생명의 징후처럼 느껴진다.
유튜브에서 잔잔한 카페 피아노 음악을 클릭한다. 소리가 고요를 방해하지 않도록, 은은한 선율이 내 귀에만 들릴 정도로 아주 작게 조절한다. 잠시 뒤, 멀리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오고, 맞은편 동에서 불빛이 하나 둘 켜진다. 다른 방에서도 깨어나는 기척이 느껴진다. 나는 천천히 가방을 챙긴다. 하루가 깨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