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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가 사랑했던 '소세양' (방구석 판소리)

by 정강민

황진이는 조선시대 가장 유명한 기생이다. 미색은 말할 것도 없고, 시와 노래, 악기 연주에도 탁월했다.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런 황진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가 있었다. 바로 '소세양' 이었다. 그는 시에 능했고, 대제학까지 올랐다. 그런데 소세양은 "여색에 미혹되는 자는 남자도 아니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친구들은 소세양과 내기를 한다. 황진이와 30일간 지낸 후 헤어지되, 전혀 마음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소세양은 혹 미련이 남으면 자신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까지 했다.


드디어 소세양은 송도에 도착하여 황진이를 만난다.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에 소세양은 정신을 못 차린다. 그런데 황진이 또한 소세양에게 반해 버렸다. 뜻이 맞는 남녀에게 30일간의 동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30일은 금세 찾아왔다. 헤어져야 했다. 서로 애달팠다.


소세양은 자신은 사람이 아니라고 한탄하며 황진이 곁에 며칠 더 머물기로 한다. 하지만 이별은 다가왔다. 황진이 또한 소세양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깊어졌다. 소세양을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마음을 담아 시(소요 월야 사하사)를 짓는다.


(소요 월야 사하사 _ 소슬한 달밤이면 무슨 생각하시나요)

소슬한 달밤이면 무슨 생각하시나요.

뒤척이는 잠자리엔 꿈인 듯 생시인 듯

묻노니 그대여 때로는 제 말씀도 적어보나요.

이승에서 맺은 인연 믿어도 좋을까요.

아득히 그대 생각하다보면 궁금한 게 끝이 없어요.

날마다 제 생각 얼마만큼 하시나요.

바쁠 때 만나자면 싫어할까 기뻐할까.

참새처럼 조잘대도 여전히 정겨울까요.


뭇 남성들의 로망이었던 황진이도 사랑에 빠진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바로 황진이의 이 시가 몇 백 년이 흐른 뒤 가수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이다. 유튜브의 편리함을 확인하며 노래를 바로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E2IX3s88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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