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해수욕장, 목욕탕
눈물은 언제나 콧물을 동반한다. 이 둘은 연결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
아버지와 엄마는 많이 싸웠다. 나는 커가면서 엄마와 싸우는 아버지에 대들기도 했다. 그때 왜 그리 아버지가 싫었던지......, 하지만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도 많다. 내가 6~7살 때 부산 양정해수욕장에 아버지와 같이 갔던 기억이 있다. 내가 해수욕장을 가고 싶다고 몇날을 재촉해 엄마와 다른 형제들없이 단 둘이서만 갔다. 아버지는 늦둥이 막내였던 나하고 오로지 놀아주기 위해서였다. 한 장의 사진 속에는 어린 나와 중년의 아버지가 웃으며 서 있다.
초등학교 시절 목욕탕에서 아버지는 내 다리를 씻겨주며 "이 다리가 청소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될 다리야!"라고 말해준 기억도 나에게 남아 있다.
엄마가 먼저 가시고 아버지는 9년을 홀로 살았다. 내가 근처에 살았지만 한 것이라고는 가끔 뵙고 외식하는 정도가 다였다.
지금 사진 속 아버지는 나를 보고 있다. 코트를 입고 머리는 백으로 뒤로 넘겼고 옆에는 분홍빛 한복을 입은 엄마가 서 있다. 나도 아버지와 엄마를 뚫어지게 본다.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흐른다.
엄마와 이별한 지 23년이 되었고, 아버지와 이별도 15년이 되었다. 이 짧은 글을 쓰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멈추었다를 반복한다. 보고 싶어서 그런건지 효도하지 못한 후회 때문인지 아니면 오늘 답답한 심정을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덮어버리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여하튼 도서관이 아닌 집이어서 다행이다. 부모님은 언제나 눈물을 동반한다. 이 둘도 연결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