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운행하는 우주 공간 속의 시간과 땅 위의 흙을 익혀서 흙 속에 잠들어 있던 태초의 색을 발현시키는 도자기 가마 속의 시간과 몸속에서 몸을 길러내는 포유류의 자궁 속의 시간과 씨앗에서 꽃을 피워 내는 식물들의 시간과 김치를 익히는 김장독 속의 시간이 모두 동일한 질감과 작용을 갖는 것인지를 나는 알지 못하지만 그 모든 시간들을 인간의 언어의 영역으로 끌어넣을 수 없다 하더라도, 저 여러 가지 시간들은 말의 길이 끊어진 절벽 건너편에서 제가끔 아름답다.
김훈의 <허송세월>에서 '시간과 강물'이라는 글 중 일부다. 아무리 봐도 난 이런 내용의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또 이렇게 긴 한 문장도 쓰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