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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첫 음식은 무엇으로 할까?

감기, 몸살, 배탈, 설사

by 정강민

몹시 배가 고프다. 눈앞에 말랑말랑한 젤리가 있어 입에 넣고 싶지만 꾹 참는다.



마지막으로 음식을 입에 댄 것은 금요일 밤 10시였다. 토요일 아침, 점심, 저녁은 모두 굶었다. 배탈, 설사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운이 하나도 없었지만, 토요일 밤 8시 글쓰기 독서모임만큼은 남은 힘을 다 짜내어 제시간에 강의했다. 그리고 지금, 일요일 새벽 5시, 잠에서 깨어난다. 힘이 하나도 없다.


이번 주는 유난히도 몸이 무거웠다. 월요일부터 감기 몸살 기운이 찾아와 기침이 이어지고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화요일에는 책쓰기 컨설팅을 위해 두 시간 넘는 길을 다녀오느라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수요일에는 증세가 더 심해져 도서관조차 가지 못했고, 금요일에는 요양병원에 다녀오니 밤 10시. 그때가 위에서 말한 마지막 식사였다.


감기 몸살2.jpg


오늘은 드디어 위에 음식을 조금 넣어볼 생각이다. 거의 36시간 만이다. 첫 음식은 무엇으로 할까 곰곰이 고민하다가, 신이 내린 선물이라 불리는 ‘토마토’를 떠올렸다. 영성 공부를 하다 보니, 이렇게 몸이 지쳐 허약해진 순간에도 오히려 영적 깊이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택한다.

토마토235.png


토마토 한 입을 베어 무는 순간, 그것은 단순히 굶주림을 채우는 행위가 아닐 것이다. 붉은 빛에 깃든 햇살과 땅의 숨결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신이 허락하신 은총을 맛보는 것이다. 오늘의 첫 한입은, 나를 살리는 양식이자 영혼을 일깨우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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