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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마칠 때 기분 좋은 일을 하라

(세네카 씨, 오늘 수영장 물 온도는 좀 어때요?)

by 정강민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가 그리는 완벽한 모습과 실제 모습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우리는 발전하고 있다.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에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면 오랜만에 보는 친척의 갓난아이처럼 훌쩍 성장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_「드디어 자유형 호흡에 성공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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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날 때면 모든 수강생이 둥글게 모여서 손을 모으고 구호를 외친다. “파이팅! 수고하셨습니다!” 그때 내 앞에서 힘들어하던 사람이 강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수영 실력이 빨리 늘까요?” 강사는 수경을 올리며 답했다. “자유 수영을 해야 빨리 늘어요. 배운 내용을 스스로 생각하며 익히는 과정이 중요하거든요. 꼭 자유 수영 하세요.” 그 말을 듣고 한 달 반 동안 자유 수영을 빠지지 않고 해온 내가 조금 뿌듯해졌다.

샤워장에서 다시 마주친 그는 나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오기가 싫어서 그렇지 막상 오면 기분 좋아요.”

“네. 저도 그래요.”

시작할 때 기분 좋은 것보다 끝마칠 때 기분 좋은 것을 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_「끝마칠 때 기분 좋은 일을 하라」에서



수영을 시작한 지 한 달 하고도 스무날이 지났다. 이제는 어느 정도 호흡을 조절할 수 있고, 25미터를 한 바퀴 왕복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수영 실력은 정체된 듯했다. 처음처럼 눈에 띄는 발전이 느껴지지 않고 조금씩 지루해졌다. 여전히 계속하고는 있지만 성취감이 따르지 않는 상태. 이런 상태를 ‘신이 파놓은 함정’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좌절하고 포기한다고 하니, 참으로 교묘한 함정이라 할 수 있겠다.

_「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비결」에서



스토아 철학자들은 두려움이 낯선 상황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잘 모르는 것 앞에서 위축되기 마련이다. 무지는 두려움의 근원이 된다. 오늘 처음으로 배영을 배울 때도 그랬다. 킥판을 잡고 몸을 물에 띄울 때도, 뒤로 누울 때도 내 몸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낯설고, 낯설다는 감정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며, 두려움은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긴장하면 몸이 경직된다. 하지만 그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우면 두려움도 점차 사라진다. 어떤 일이 몹시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여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실제로는 생각만큼 어렵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니 무언가가 두렵다면 오히려 자주 접해야 한다. 세네카는 말했다. “그 일이 어려워 보여서 감행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감행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는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강조한다. “당신의 외부 환경은 마음의 반영일 뿐이다. 당신의 마음을 다스리라.”

_「첫 배영 수업」에서



나는 평영이 속도를 내기 위한 수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영이라고 생각한다. 느리지만 체력 소모가 적다. 그리고 이 점이 내가 추구하는 삶과 닮았다. 남들처럼 빠르게 앞서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천천히 꾸준히 나아가는 것,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는 것. 깊이 있는 삶은 효율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남들이 ‘너무 느린 것 아니냐’고 여길 만큼 천천히 가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있다.

_「평영, 삶을 가장 많이 닮은 영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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