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오래하면 본질에 닿는다
배탈, 설사 때문에 이틀 동안 밥을 먹지 못했다.
드디어 오늘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고 싶다는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번에 다시금 알았다.
성대한 만찬을 하는 의식처럼 식탁을 차렸다. 찬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두부가 들어간 된장찌게를 뎁혔다. 식탁에 올려져 있는 김, 간장과 냉장고에서 꺼낸 생양파, 된장, 오뎅볶음......전쟁을 치르다 며칠 굶은 병사처럼 막무가내로 먹고 싶었지만.
음식을 차리면서 미지근한 쌀밥을 아주 조금 입에 넣어 오래 씹었다. 특유의 단맛이 입안을 채웠다. 잠시 뒤 앉아 먹기 시작했다. 우선 김에 밥을 얹어 간장을 묻혀 넣었다. 김이 바싹바싹하지 않고 눅눅했다. 하지만 지금 내 위장의 상태를 고려하면 무엇이든 오랫동안 씹어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 목 넘김의 순간에는 김 특유의 향이 입안을 채웠다. 뭐든 오래하면 본질에 닿는다.
된장찌게에 들어간 두부를 건져 밥에 비벼 다시 위속으로 보냈다. 생양파는 위에 부담이 될수 있었지만 혈관에 좋다기에 된장을 살짝 찍어 오래오래 씹으며 맵싸한 느낌을 느꼈다. 고추장에 볶은 어묵이 오늘 식단의 단백질 역할을 했다. 너무나 맛있었다.
가장 오랫동안 한 식사시간이었다. 1시간 정도가 지났지만 위가 탈이 날 징조는 보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