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이란 매일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특별한 감흥도 없다. 때로는 ‘이걸 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라는 회의감마저 든다.
그런데 5일간 루틴이 끊겼다. 감기, 몸살, 탈수, 설사로 누워 꼼짝 못 한 채 집 안에서만 지냈다. 도서관에 도착해 노트북을 켜고, 텀블러에 온수와 냉수를 섞어 가득 채우고, 굳은 몸을 천천히 어루만지며 풀어주고, 그리고 책을 읽고 사유하고 쓰는, 이 일상이 얼마나 그리운지 깨달았다. 단순한 습관인 줄 알았는데,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병원에 있는 환자들의 가장 큰 소망도 결국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평범했던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직 기침이 남아 있고 목소리도 온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오늘 다시 루틴을 이어간다. 비로소 알겠다. 루틴은 지루한 반복이 아니라, 나의 삶을 단단하게 붙잡아주는 가장 소중한 일상적 의식이라는 것을. 매일 반복하는 그것만이 바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