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점심만 먹고 나면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책상에 똑바로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오늘도 결국 도서관의 쇼파에 몸을 기댔다. 일반 의자에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데, 쇼파에 몸을 눕히듯 기댔을 때 찾아오는 그 편안함이란! 졸음이 밀려올 때, 의자와 쇼파의 차이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결국 의자는 이성의 자리를, 쇼파는 본능의 안식처를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근래 들어 밤잠의 질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새벽녘이면 자주 깨곤 하는데, 딱히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저 나이 듦의 흔적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철학자 파스칼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방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모든 불행은 ‘졸음을 참으려 애쓰는 데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하며 이 글을 쓴다.^^
나도 디오게네스처럼 철학자 흉내라도 내고 싶어진다. 그는 대낮에 횃불을 들고 다니며 “나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외쳤다는데, 나는 졸린 눈 비비며 “나는 수면을 찾고 있다.”고 외치고 싶다.
잠과 깨어 있음 사이의 경계는 의외로 철학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면을 ‘영혼이 잠시 몸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이라 했다. 그렇다면 점심 후 찾아오는 이 졸음도 어쩌면 내 영혼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잠시 다녀오려는 신호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매번 졸음에 몸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점심 후의 졸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작은 졸음 하나에도 철학적 질문은 숨어 있고, 우리의 일상은 늘 의자와 쇼파 사이를 오가는 선택의 연속인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답은 하나다. 졸음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우아하게 항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