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과 원칙 중 원칙을 택해야 한다
가을의 첫 기운이 내려앉은 선사. 오래된 소나무 향이 바람에 묻어와 고요한 뜰을 감쌌다. 매미 울음은 줄어들었고, 대신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며 기와지붕 위에 따뜻한 금빛을 흩뿌렸다. J와 빛은 경내의 돌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발밑의 낙엽이 바스락거렸다.
J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한다.
“빛, 나 요즘 자꾸 이런 생각이 들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는데, 그게 내 이익에 불리하면 선뜻 못 하겠어. 원칙대로 살면 손해 보는 것 같거든.”
J는 다시 말을 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명백한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도 못하고, 설사 본다고 하더라도 흔들리는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괴로워!”
빛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흔한 갈등이지. 누군가는 말하더라. 술을 줄여야 한다는 건 알지만 사회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거래는 정직해야 하는 건 알지만, 상대를 밟아야 돈을 더 벌 수 있다면서 결국 타협한다고. 다 똑같아. 이익과 원칙 사이에서 흔들리는 거지.”
J가 나뭇잎 하나를 주우며 말한다.
“근데 세상은 원칙 지킨다고 보상해 주지도 않잖아. 오히려 타협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 같아. 그래서 나도 자꾸 흔들려. 어차피 세상이 깨끗하지 않은데 나만 깨끗하면 뭐해?”
빛이 절의 처마밑을 천천히 올려다보며 말한다.
“그래. 요즘 세상은 원칙을 엿가락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는 사람을 더 높이 쳐주는 구조 같지. 근데 그 유혹에 넘어가면 결국 자기 영혼을 속이는 거야. 사실 우리 모두 예전에 수도 없이 타협해 왔어. 전생에서 송나라 상인이었을 수도 있고, 로마 시대 고리대금업자였을 수도 있지. 원칙과 이익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망설여진다면 이전에도 정직함보다는 이익을 더 중시했던 습관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그런 습성이 몸에 밴 채로 다시 태어난 거야. 그래서 지금도 원칙 앞에서 흔들리는 거야. 칼로 밧줄을 자르듯이 ‘탁’하고 끊어야 해.”
J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결국 내가 정직하지 못한 건, 그냥 태생적인 게 아니라, 오래도록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거네.”
빛이 말한다.
“그렇지. 그래서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반복돼. 이번에도 타협하면, 다음 생에서도 같은 시험지를 받게 돼. 중요한 건 자기를 다스리는 힘, 그리고 삶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야. 그게 없으면 수십, 수백 번을 환생해도 똑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J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원칙만으로 선택하는 게........, 너무 두렵고 어려워. 내가 아직 미숙해서 그런 거겠지?”
빛은 확신에 찬 눈빛을 보낸다.
“맞아. 원칙 때문에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결국 그게 네 영혼을 크게 이익 보게 만드는 길이야. 올바른 선택을 습관으로 만들지 못하면, 아직 여물지 않은 아이 같은 거지. 중요한 순간에 바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인격과 강단이 없다는 건 아직 미숙아라는 뜻이야. 올바른 행동이 습관화되기 전에는 누구도 성숙한 인간으로 불릴 수 없어.”
J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원칙을 지킨다는 건, 세상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옛 습성과 맞서 싸우는 거네.”
빛은 미소를 짓는다.
“바로 그거야. 원칙은 남을 위한 게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한 거야. 이익은 잠깐이지만, 원칙은 너를 끝없이 성장하게 하지. 네 영혼이 성숙한다는 건, ‘옳은 건 옳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이익과 무관하게 가장 높은 이상을 따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해. 이것이 인간의 목적인 인성을 계발하는 거야.”
선사의 범종이 저녁을 알리듯 울려 퍼졌다. 공기가 차분히 식어갔고, 하늘은 짙은 보랏빛으로 번져 갔다. J는 돌담 너머로 떨어지는 첫 단풍잎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익은 순간의 달콤함이고, 원칙은 내 영혼의 뼈대를 세우는 일이구나. 그 뼈대를 놓치면, 아무리 화려한 옷을 걸쳐도 결국은 무너지고 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