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무성하고 화려할 때 그것은 덧없는 환상이다

by 정강민

꽃이 무성하고 산과 계곡이 짙고 화려할 때, 그것이 바로 천지의 덧없는 환상일 뿐이다. 물이 마르고 나무가 지고 바위가 삭고 절벽이 메마를 때, 비로소 천지의 진짜 본모습을 볼 수 있다.

- 채근담


개인적으로는 꽃이 무성하고 산이 화려할 때의 모습 또한 ‘본모습’이라 생각한다. 메마를 때의 적막함과 풍성

할 때의 충만함은 서로를 반박하지 않는다. 씨앗이 열매를 맺고, 다시 흩어져 씨앗으로 돌아가듯, 자연은 소멸과 생성이라는 두 얼굴 모두를 자신으로 삼는다.


홍자성이 이처럼 메마른 순간을 강조한 까닭은, 아마도 사람들의 시선이 외면의 화려함에만 머무르고 속살의 침묵을 보지 못하는 세태를 일깨우기 위함일 것이다. 결국 자연은 어느 한 시기를 본모습으로 고정하지 않는다. 변화를 품은 전체가 곧 진짜 모습이며, 우리 역시 그 순환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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