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학은 인간의 유일한 기쁨이다

니체

by 정강민

그들은 자신과 대지와 삶에 대한 불만에서 벗어나지 못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를 학대하고 있다. 이 같은 자학에서 그들은 즐거움을 찾아냈다. 그것이 아마도 인간의 유일한 기쁨인 것 같다.

-니체



자기를 학대하는 것 역시 탐욕이다. 다만 그것은 소유하려는 탐욕이 아니라, 자기 이미지에 집착하는 탐욕이다. “나는 이런 나를 벌하고 있다”, “나는 이만큼 괴로워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는 생각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고급한 존재로 설정하며 은근한 만족을 누린다. 고통을 견디는 나, 자신을 꾸짖는 나에 도취되는 순간, 자학은 반성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자기애가 된다.


이때 자학은 변화를 낳지 않는다. 오히려 행동을 미루는 가장 교묘한 변명으로 기능한다. 자신을 미워하는 데 에너지를 모두 써버린 사람은, 정작 자신을 넘어서는 일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니체가 경계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자학은 삶을 부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지금의 나’에 머물고자 하는 집요한 욕망일 수 있다.


진정한 극복은 자신을 벌하는 데 있지 않다. 고통에 취하지 않고, 죄책감에 안주하지 않으며, 불편한 자신을 끌고서라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 니체가 말한 삶에의 긍정은, 자신을 학대하지 않는 용기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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