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by 정강민

파리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의 소음만이 들려오는 새벽녘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때때로 내 기억이 나를 배신한다. 그해 여름과 그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안, 안!"

나는 어둠 속에서 아주 나직하게 아주 오랫동안 그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오른다.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슬프이여 안녕> 마지막 문장

슬픔이여 아녕33.png <슬픔이여 안녕>_안과 세실

이 마지막 문장은 세실이 꾸며낸 상황 속에서 절망에 빠진 안이 죽음에 이르는 비극을 배경으로 한다. 안은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한 채 자동차를 몰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생을 마감한다. 따라서 이 ‘슬픔이여 안녕’은 단순한 작별 인사가 아니다. 그것은 세실이 더 이상 슬픔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냉담한 선언이자, 동시에 안이 끝내 짊어지고 떠나야 했던 슬픔을 정면으로 맞이하는 인사다.

프랑스와즈 사강은 이 한 문장에, 젊음의 잔혹함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감정을 겹겹이 포개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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