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 수업을 하다보면 글쓰기를 꽤 오래하셨던 분들도 ‘프리라이팅’이란 단어가 생소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프리라이팅은 글쓰기 대가들이 주창합니다.
글을 처음 쓸 때,
뭔가 막혀 있을 때,
글을 쓰고 싶지 않을 때,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이때 하면 정말 좋은 글쓰기 방법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진짜 고단한 일입니다. 무엇을 쓸 것인가, 그 주제에 맞는 근거와 사례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 주장을 펼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유가 필요하며, 사유는 에너지를 요합니다. 그렇기에 글을 쓴다는 것은 고단합니다.
고단한 글쓰기를 좀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한 방법이 프리라이팅입니다. 프리라이팅(Free Writing)은 아무런 구상 없이 그냥 써 내려가는 글쓰기 방법입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그냥 받아 적는 행위입니다.
<힘 있는 글쓰기>의 저자 피터엘보는 프리라이팅을 이렇게 말합니다.
“10분 동안에 소박하게 써보는 것입니다. 멈추지 말고 자기 생각을 쭉 써 내려가는 것입니다. 철자나 맞춤법 같은 데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내용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멈추지 말고 계속 써는 것입니다.”
프리라이팅은 그냥 막 쓰는 겁니다. 현재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받아 적는다는 느낌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보다 좀 더 거친 표현입니다. ‘그냥 쏟아내겠다’는 의미입니다. 보이는 데로, 느끼는 데로 쓰겠다. 생각을 조절하지 않겠다.
질문 : 프리라이팅(Free Writing)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답변 : 프리라이팅의 핵심은 자기검열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솔직하게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완전 자신만의 공간이고, 어느 누구도 보지 않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게 직설하라고 말합니다. 진짜 싫어하는 사람 이름을 적고, 그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 되는 이유를 쓰라고도 합니다. 욕을 하라고도 합니다. 욕이 어쩌면 가장 솔직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우린 참고 삽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이 그렇습니다. 솔직하게 프리라이팅을 10분간 하면 마음 속 쓰레기를 치운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쏟아내지 않은 용서는 참고 있는 것이다.’라고 어떤 철학자는 말합니다.
프리라이팅은 이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데도 유용합니다. 계속 하다보면 자신의 무의식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자신을 점점 더 깊이 알게 됩니다. 그동안 알았던 자신이 어쩌면 진짜 자신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스스로 재단하고 지적하지 않는 ‘자기검열’을 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이나 의견 따윈 전혀 의식하지 않는 글쓰기 방식입니다. 무의식 상태, 순수한 상태, 그리고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쓴 글입니다.
질문 : 20년 정도 국어를 배웠는데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답변 : 글쓰기는 두 가지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창조하기’ 과정과 둘째는 ‘비판하기’ 과정입니다. 우리가 배운 국어는 ‘창조하기’ 과정보다 ‘비판하기’ 과정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프리라이팅은 창조하기 과정에 집중하는 겁니다. 창조하기가 끝난 후 비판하기는 나중에 초고 다 완성한 후에 시작하라는 겁니다. 일단 많은 양의 원고를 쓰고 나서, 그 후에 비판하기를 하라는 겁니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의 대부분은 ‘창조하기’ 과정을 실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창조하기 과정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글쓰기 법이 프리라이팅입니다. 그냥 솔직히 쏟아내는 행위입니다. 일상을 프리라이팅하는 겁니다. 자기 일상을 솔직히 많이 표현하면 글쓰기 스킬은 물론이고, 자신이 쓰고자 하는 어떤 분야의 책에도 다 활용 가능합니다.
처음에도 말씀드렸듯이 프리라이팅의 핵심은 자기 생각을 검열 없이 쏟아내는 것입니다. 그럼 점점 자신이 더 잘 보입니다.
질문 : 프리라이팅이 글쓰기 뿐만 아니라 나답게 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어떤 이유인가요?
답변 : 요즘 명상이나 요가 등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행위에서 모든 자기 성찰은 시작됩니다. 그만큼 자기를 바라보는 행위는 어렵습니다.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행위를 위해 프리라이팅을 제안합니다. 우선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솔직히 받아 적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나다움을 강의하는 나다움인문학교 안상현 교장께서는 나다움을 찾기 위해서도 프리라이팅을 적극 추천한다고 하더군요. 여러 모로 이 글쓰기 기법은 유용합니다.
처음부터 솔직한 나를 만나는 것이 분명 어렵습니다. 하지만 솔직한 프리라이팅을 거듭할수록 내면 바라보기 작업은 더 섬세해지고 깊어집니다. 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질 겁니다.
프리라이팅은 책의 소재, 블로그의 소재도 되지만, 자신을 성찰하는 도구로도 엄청난 기법입니다.
질문 : 프리라이팅하는 방법을 간단히 요약해 주세요?
답변 :
(노트북 프리라이팅)
노트북 또는 일반 노트를 준비한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한다. (아니면 주제 없이 그냥 쓴다)
10분 동안 쓴다.
멈추지 말고 머릿속 생각을 떠오르는 대로 받아 적는다.
(이면지 프리라이팅)
A4 1페이지에 한 가지 주제로 쓴다.
가로로 쓴다.
대략 4줄에서 6줄 정도.
기승전결 필요 없다.
어떠한 주제도 좋다.
정돈할 필요 없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냥 쏟아내면 된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신만 보는 것, 버려도 되는 것)
매일 반복한다. 최소 2개월 한다. 그리고 다시 2개월 한다.
대략 6개월 정도 해본다.
3개월 후 처음 쓴 글부터 쭉 읽어본다.
괜찮은 글이나 확장할 수 있는 글이 있다면 책쓰기 작업에 붙여 넣는다.
프리라이팅으로 쓴 글은 잘 읽힙니다. 솔직한 글이기에 재미있습니다. 의식적으로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 무의식에서 흘러나온 글이기에 생각지도 못한 표현들도 나옵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자신이 쓴 글에 놀라기도 합니다. ‘내가 이런 글도 썼단 말이야!’
피터 엘보의 <힘 있는 글쓰기>에서 프리라이팅에 대해 말합니다.
“자유롭게 쓰기는 내가 아는 한 글을 써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며 최고의 만능 연습법입니다. 자유롭게 쓰기를 연습하면 그저 10분간 멈추지 않고 강제로 쓰면 됩니다. 때로는 좋은 글이 나올 테지만 그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닙니다. 한 주제에 집중해도 좋고 이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가더라도 좋습니다. 때로는 의식의 흐름을 잘 기록한 글이 나올 테지만 의식의 흐름을 계속적으로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자유롭게 쓰기를 하면 때때로 가속이 붙겠지만 속도는 우리의 목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