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빼돌리셨다면,
오늘밤 편히 못 주무실 테니까요

by 정강민


내가 사용하던 카메라를 중고판매점에 팔았다.


팔기 전 중고 판매점 주인과 전화로 카메라 상태를 확인하고, 새 제품과 똑같이 카메라, 렌즈 몇 개, 끈, 사용설명서 등을 포장했다고 말했다. 중고판매점 주인은 중고 최고가를 제시했다.



실제 매장을 찾아갔을 때 중고 매장 주인은 전화로 제시한 가격을 그대로 지켰다.

카메라가 괜찮은 상태임을 확인하고 내게 돈을 주려고 했다. 사실 상자 안에는 렌즈가 들어 있는 작은 상자들이 더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굳이 다 열어서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나를 믿은 것이다. 좀 의아했다. 약삭빠른 거래가 판치는 뉴욕의 중고매장에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지는 궁금해졌다.


“렌즈가 들어있는지 확인하지 않을 겁니까?”

“네, 손님을 믿습니다.”

“왜죠?”

그는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렌즈를 빼돌리셨다면, 당신은 오늘밤 편히 못 주무실 테니까요!”


- 애덤스미스의 <도덕감정론> 해설서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중고 매장 주인의 생각은 옳다.

타인에 대한 믿음을 입증하느라 많은 시간과 돈, 에너지를 들일 필요가 없어진다면, 세상은 정말 훨씬 더 살기 편할 것이다.


신뢰와 정직은 품위 있는 문화를 유지하고 널리 확대한다.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는 행위를 하고 이를 계속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우리 역시 믿음이라는 씨앗을 널리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이 꽤 괜찮은 이유는 소리 없이 살다 간 수많은 사람들이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강력한 법규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공정한 관찰자’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믿음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냥 말 몇 마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입증시키고, 행위와 증빙을 일치시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이게 일치하지 않으면 한 순간에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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