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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주차장에서 만나요

by 정강민

‘9개 각 제품을 확인하세요!’

근데 딱 2개만 확인하고, 돈 봉투를 건낸다. 5만원권 9장과 1만원권 5장이다. 공공장소인 동사무소 주차장에서 만난다. 영화에서 마약거래 장면이 떠오른다.


미확인된 사람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 상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제품을 닦고, 어떤 장소에서, 또 어떻게 행동해야 더 신뢰를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샤워를 하고, 수염을 깎고, 옷도 단정히 입는다. 동네 동사무소에서 만나는 데......., ‘좀 오버하는 거 아냐!’ 나이키 아이언셋트가 팔렸다.



중고거래에서 구매자는 일단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이나 내용을 100% 신뢰하지 않는다. 중고거래의 특징이다. 거래가 끝난 후 보너스로 골프장잡 3개를 건넨다. 처음에는 받지 않아, ‘골프 치는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세요!’ 그리고 나이키 파우치도 주었다. 고마워한다. 접선했던 그분은 당근마켓에 거래후기를 올린다. ‘좋은 제품을 값싸게 구매했다’, ‘시간약속과 매너도 있었다’

국민앱이라 불리는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을 알게 되었다. 예전 사용하던 골프채를 올렸다. 다음날 바로 팔렸다. 원래는 지저분한 창고를 정리하고 싶어 골프채를 지인에게 주려고 했다. 마땅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어, 당근마켓에 올렸는데........, 팔리는 것을 보니 재미있다. 공돈도 생긴다. ‘아~ 온라인 쇼핑몰을 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아내도 ‘당신이 이렇게 좋아하는 게 신기하다!’며 웃는다.


그날 이후 창고 있는 다른 골프채와 용품도 꺼낸다. 드라이브, 우드, 퍼터 등은 단품으로 올리고, 좀 오래된 다른 골프채는 풀셋트로 올린다. 골프장갑, 골프공 등 골프용품도 모조리 올린다. 당근마켓 뿐 아니라, 확장하여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인 옥션과 번개장터에도 올린다. 거래가 확정되면 포장도 해야 하고, 택배도 보내야 한다. 내 물건에 관심을 표하며 채팅창에 문의도 온다. 많이 오는 날은 귀찮기도 하다.


지난주부터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처럼 생활한다. 하루에 몇 번씩 사이트를 확인한다. 주식투자를 할 때 수시로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베란다 창고에 우두커니 서있던 골프채도 제 역할을 하게 되니 다행이다.


본업인 글을 읽고 쓸 수 없다. ‘야~~ 정말 자기 일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분들이 진짜 대단하다!’ 새삼 느낀다. 자기 일을 하면서 책을 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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