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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강민 May 14. 2021

느린 건 언제나 한심합니다.

‘누가 얼마나 더 느려질 수 있느냐’

릴케를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면서 읽었던 책입니다. 처음 읽을 때만큼 감동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좋습니다.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몇몇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 이성은 빨리 다음 페이지로 가고 싶어 합니다. 이놈과 한참 싸우다가, 더 느려지기로 결심합니다. 필사를 시작합니다.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이놈의 명분을 싹둑 잘라버린 겁니다.  

   


천천히 읽어도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필사를 하면 확실히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필사를 하게 되면 뇌는 더 이상 빨리 가려는 의지를 낼 수 없습니다. 모든 문장, 단어, 점 하나까지 건들어야 합니다. 이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뇌는 알던 모르던,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지루하니까요. 뇌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겁니다. 새로운 것을 접해야 호기심도 생기는데......., 같은 것을 반복하는 건 이해도와 상관없이 지루합니다. 새롭지 않으니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데, 에너지는 더 많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책을 쓰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필사를 하셔야 합니다. 느림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느림은 우리 본능과 반대되는 항목이기에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깊음과 두터움은 ‘누가 얼마나 더 느려질 수 있느냐’의 싸움입니다.     


지금 반 페이지도 안 되는 이 짧은 글을 어제부터 오늘까지 읽고 고치고를 반복 중입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시간낭비, 헛수고하고 있는  같은데?’

느린 건 언제나 한심하다는 자책이 늘 옆에 따라 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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