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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강민 May 14. 2021

책을 한번 써볼까 해!

자신없는 미안한 말투로......

“책을 한번 써볼까 해!”     


몇 년 전 이런 이야기를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한 적 있다.

이후 아내 몰래 비싼 수강료를 내며 책쓰기 수업을 등록했다.

주말마다 강남을 오갔다.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같이 하는 분들은 자연스럽게 글도 잘 쓰고, 매주 수행해야 할 과제도 잘 하는 데, 나만 못 따라가고 있었다.

‘아니 이렇게 비싼 수강료를 냈으니, 어떻게라도 결과를 내야 한다. 알았어, 정강민!’

이렇게 매주 다독이며 나와의 싸움을 이어갔다.      


수업이 끝난 뒤 책쓰기에 몰입해야 결과를 낼 것 같았다. 몇 달 뒤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자연스럽게 아내와 몇 달 동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따로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한다는 것이 나 스스로도 불편했다. 평생 책하고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사람이 늦은 나이에 책을 쓴다니, 그것도 가정이 있는 가장이 집안상황을 나 몰라라 하고............., 내 스스로도 불확실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물론 지금도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때보다는 좀 낫다. 책도 출간했고, 책쓰기 수업도 하고, 멘토링도 하고, 가장 크게 변한 건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서도 내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가끔 강의 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저는 물질적으로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만, 정신적으로 일류로 살고 있습니다!’     


“당신 미쳤군요, 하지만 좋아요.”

<1주일에 한 꼭지 쓰는 책읽기> 타이탄의 도구들 102페이지에 나오는 이 문장을 품고 있다 보니 위의 상황이 떠올랐다.


‘나 책 한번 써볼까!’ 이 말에 당시 아내는 ‘당신 미쳤군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우린 몇 개월을 말없이 보냈다. 이건 ‘미쳤군요’보다 더 강한 의미였을 것이다.     

내가 바란 건 ‘미쳤군요.’ 다음에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한번 해봐요.’


세상 흐름을 벗어난다는 건 언제나 미친 짓이다.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미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켰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 삶에 내가 미친 짓을 해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또한 가장 위험한 짓이 어쩌면 가장 안전한 방법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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