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뭉치도 열쇠가 된다
대학생 시절, 밀러는 감전사고를 당했다.
화상병동에서 눈을 떴다. 두 다리와 한 팔을 절단했다.
더한 것은 고통이 너무 심했다. 그러다보니 다른 곳에 주의를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그는 그곳에서 겨울을 맞이한다.
어느 날 담당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와 그의 남의 한 손에 뭔가를 올려놓았다. 작은 눈뭉치였다.
그의 피부는 화상으로 딱딱하고 보기 흉했는데 한쪽 손에 올려진 눈뭉치는 너무나 생생한 촉감을 느끼게 했다. 그는 깜짝 놀랐다. 눈이 천천히 녹아 물이 되는 모습은 기적처럼 보였다.
이 작고 사소한 것이 그의 온몸의 죽은 감각들을 깨워놓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게 살아 있는 거구나!’
깊은 깨달음으로 흐느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하얀 눈이 보이지 않는 물로 변하듯, 삶도 매 순간 변한다는 것........,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 그는 병실 문을 나섰다. 만물은 그저 일시적인 순간에 존재할 뿐이다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주 이상한 세계에 들어선 느낌이었고!’
‘너무도 낯선 아름다움 이었다!’
하나의 오랜 세상을 빠져나와 새로운 세상의 문을 살짝 연 느낌이었다. 몹시 강렬했다.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이스 214. 인용 및 수정
오랫동안 자신을 감싸고 있던 아집과 편견 등이
갑자기 겪었던 어떤 체험으로, 어떤 책에 있던 한 문장으로, 어떤 멘토로 인해........ 벗어났던 경험이 있나요?
‘그 한권의 책을 보고 깨달았다!’ 와 ‘깨달을 때가 되니 그 한권의 책이 보였다!’는 다른 듯하면서 비슷하다.
밀러의 눈뭉치도 아마 그가 살아있는 삶 자체에 감사하게 될때 쯤의 감정상태가 되었을 때, 눈뭉치가 올려져 있지 않았을까? 그 상태가 되지 않았다면 눈뭉치를 올려놓은 간호사에게 ‘왜 자신을 놀리냐?’며 화를 냈을 수도 있다.
감정은 시시각각 변한다.
어느 시기가 되면 아무리 격한 감정 상태에서도 빠져나온다. 소용돌이 밖에 있다. 그때 우린 걸을 수 있다.
빠져나오는 순간에 눈뭉치도, 갑자기 겪었던 어떤 체험도, 어떤 책에 있는 한 문장도, 어떤 멘토도..........,
우리에게 깨달음을 안겨주는 인상 깊은 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