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하거나, 축축하거나 또는 쾌청하거나.......

조금씩 걸어가면 그만입니다.

by 정강민

‘추아아~~ 타닥타닥~~’

새벽에 얼핏 잠에서 깼습니다.

비가 내리며 창문을 때리는 소리였습니다.


‘아~ 내일은 멋진 날이 되겠네. 비를 맞을 수 있거나, 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겠네!’


눈을 뜨니 오전 9시.

여지없이 7시간은 누워있습니다. 컴퓨터처럼 정확합니다. 새벽 5시 일어나고 이런 거하고는 전혀 관련 사람입니다.


베란다 창문을 엽니다. 새벽에 예상한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확 들어옵니다.

길 바로 앞 대형 마트는 이미 분주합니다. 어떤 아저씨는 물건을 손수레에 싣고, 또 어떤 분은 오토바이 시동을 켭니다. 마트스피커에는 “사랑의 원모어 타임~~~~~~~~” 경쾌한 음악도 들립니다.


살짝 충혈된 눈을 비빕니다. 위장와 간과 신장도 주무럽니다. 무릎관절과 허리도 돌립니다. 대충 맨손 체조를 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좀 게을러!’

.

.

...............

오늘 할 일을 이면지에 대충 갈깁니다.

<철학적 탐구> 비트겐슈타인 읽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찾아라> 한 꼭지 쓰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찾아라!’

뭔가 열심히 하다가 잠깐 쉴 때 행복합니다. 쉴 수 있는 명분이 있으면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순간적으로 즐겁습니다. 즐거움보다는 쉬어도 누구도 말 못하는 압박감 없는 상태가 더 맞는 말 같습니다. 물론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즐거운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바빠!”

“정신없어!”

예전 직장생활 할 때 주로 했던 대답이다. 지인들에게 전화 오면 일단 이런 멘트를 날립니다.

이 대답에 그들의 반응도 좋은 의미로 해석해줍니다.

“바쁜 게 좋은 거지!”


요즘은 바쁘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리 바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조직의 시간에 맞춰 생활하지 않을 뿐입니다. 생산하는 리포트의 양으로 따지면, 현재가 훨씬 많은 일을 합니다.



바쁨은 존재의 확인이자 공허함을 막아주는 울타리 역할을 합니다. 시끄럽고 정신없고 스트레스 넘치는 생활은 우리 삶의 가운데에 위치한 ‘두려움’을 가리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혼자 남겨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바쁨은 결국은 날 찾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니까요. ‘인생은 바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이런 내용을 보다가 잠들었다가 새벽 빗소리에 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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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슬리퍼 신고 나가서 비를 맞을 수도 있고, 쾌청하면 주변 산책로를 걸을 수도 있습니다.

전 바쁘지 않습니다. 근데 요즘은 확실히 좀 게으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 삶도 비슷할거다.' 정신승리합니다.

날씨처럼 촉촉하거나, 축축하거나 또는 쾌청하거나....... 여하튼 바른 길로 조금씩 걸어가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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