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늘어놓고 속이 울렁거릴 때까지 보고 또 보고..
‘와~ 좋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잠깐 쉬는 시간에 이런 마음이 갑자기 올라온다. 요즘 원고 쓰는 일에 몰입되어 있다.
거의 매일이 힘들지만 분명 세월이 흐른 후 ‘그래 그때 참 좋았어!’라고 되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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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등을 다룬 영화를 보면, 범인을 쫓는 주인공들이 하는 공통적인 행동이 있다. 자신이 찾은 단서를 나열한다. 벽에 붙은 큰 판넬에 그동안 모은 범인의 동선, 단서 등을 모조리 붙이고, 화살표로 죽 그어 이것과 저것을 연결시킨다. 그렇게 하면서 전체적인 조망을 한다. 그러다 뭔가 발견한다.
글을 쓰다보면, 그것도 자료가 많은 글을 쓰다보면 컴퓨터 한글프로그램만으로는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가끔 영화처럼 벽에 자료를 뿌려놓고 전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은 출간한 책은 컴퓨터 화면으로 모든 것을 처리했다. 출간 마지막 단계에서 출판사가 수정하라며 PDF파일을 보내주면 그때서야 프린터 했다. 그동안 출간한 책은 전체적인 조망이 필요 없는 원고였다.
이번 책은 자료가 필수다. 내 느낌만으로 글을 쓰면 안 되는 원고다. 한 꼭지마다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불빛이 없는 어두침침한 곳에서 물건을 찾는 것처럼 답답하다. 그래서 범죄영화처럼 자료를 쭉 펼쳐놓는다. 비슷한 곳은 연결하고, 중복되는 곳은 삭제하고, 의견이 떠오르면 빨간색으로 줄을 쭉 긋고 바로 낙서한다.
작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글로 옮기기도 하지만 그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우리가 아는 것이 많다고 해도 세월과 함께 그 앎의 유효기간도 지난다. 특히 요즘은 그 기간이 더욱 빨라졌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작가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면서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하지만, 깊은 작가가 되려면 뭔가를 알아가면서 깨우친 것을 글로 옮겨 독자들에게 유익을 주어야 한다.
책을 출간하고 싶다면, 자신이 쓰고 싶은 소재나 주제에 관련된 자료를 우선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다음 책상 끝에서 끝까지 인쇄한 A4 원고를 쭉 늘여 놓고 최소 1시간 30분 이상 자세히 살펴봐라! ‘어떻게 구성해야 독자들이 호기심을 유지할까? 인사이트를 줄까? 재미있어 할까?’
A4가 많은 수록 머리는 아프겠지만......... 아주 서서히 모양이 그려질 것이다.